중얼중얼

양동교회

moonbeam 2016. 4. 26. 10:00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마을 가운데 있던 교회가 마을 끝으로 밀려 났다.

교회는 50여년 전 흙벽돌로 지었는데

마을의 성격이나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

건물뿐만 아니라 교회 자체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가 모여 사는 양동 마을은

나름대로 양반의 자부심이 대단한 동네다.

옛날 철도가 생길 때도 마을 앞을 지나려 하였으나

마을 어른들이 반대를 하여 멀찌감치 돌아가게 만들었다나...

그 결과 사람들은 불편을 겪었겠지만 그런 것엔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자존심을 지켰다는 것에만 만족하는,

어떻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완고한 사람들의 전통이 배어있는 마을이다.

내가 어릴 때도 하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던 것으로 기억이 나니...

그런 마을 입구 가운데 교회라니...

교회가 예뻐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너른 마음을 스스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구색맞추기로 간주하고

이해와 관용을 베풀어서 여지껏 묵인해 온 입장이겠지...

속으로는 못마땅하게 생각해 오고 미운 털이 박혔던 차에

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 하니 이참에 없애자는 것이 중론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옆 마을인 안강으로 옮기라는 등 반대와 억압이 대단했지만 있는듯 없는듯 마을 귀퉁이에나마 자리를 잡아 마을을 떠나지 않고 버틴 것도 다행스럽고도 놀라운 일이다. 


  


교회는 몸을 한껏 낮추었다.

하늘을 향해 곧 하늘에 닿을 듯 치솟는 뾰족탑을 가진 것이 아니라

아래로 땅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상이다.

건물 자체도 낮고 종탑도 높이를 낮추었다.

모든 전선도 지하로 묻고 예배 드리는 곳도 지하로 만들고

주변에는 나무-방풍림이 아니라 방교림이랄까-들을 심어 가리고,

마을문화관과 양동초등학교 건물로 가려서 가급적 교회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물론 교회 안내 표지판도 없다.

한 마을에 있지만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섬이다.

동네에서는 철저하게 따로 떼어 놓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좋았다.

현대판 카타콤이다.

정말 생각이 있는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것이 느껴져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이니 이 교회도 한국교회문화유산으로 오를 것이 분명하다.ㅎㅎ

잔뜩 몸을 낮춘 교회.

하늘을 꿈꾸지 않고 오히려 땅과 친하고 현실을 생각하는 그런 교회.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을 만들고 하나님 엉덩이를 찌를 듯 솟아있는 교회보다는

아래로 아래로 더 낮음을 추구하고 낮음과 함께 하고 낮음을 실천하는 모습은

진정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닐까...

우리 한국 교회가 가야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양동교회의 모습...너무 좋았다...


셀카를 못찍어 이상하게 나왔지만(사실은 원판이 많이 이상허지...ㅜㅜ)

성함도 의미있는 정 효도 담임목사님과도 셀프 기념 사진도 한 장....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단어로 정의  (0) 2016.04.27
양동마을 유감  (0) 2016.04.26
양동마을  (0) 2016.04.25
  (0) 2016.04.22
목요일  (0) 201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