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언론도 젠트리피케이션 공범

moonbeam 2016. 6. 1. 13:12



[인터뷰] 정용택 영화 파티51 감독, "똑같은 마음이다, 더 이상 쫓겨날 수 없다는 마음"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칼국수집이 클럽이 됐다. 2010년 홍대 ‘두리반’이 철거 위기에 처했을 때다. 홍대에서 음악 하던 이들은 두리반에서 공연을 하며 공간을 지켰다. 왜 홍대 음악인들이 칼국수집의 철거문제에 같이 싸우게 됐을까. 두리반과 음악인들의 투쟁을 담은 영화 <파티51>(감독 정용택)에서 안종녀 두리반 사장은 그 이유를 말한다.

“홍대가 바뀌고 있어요. 음악가들이 공연하는 클럽도 떠나가고 예술가도 떠날 수밖에 없어요. 재개발로 인해 밀려나고, 우리(두리반)도 쫓겨나죠. 거대하게 우리는 하나라는 이야기죠.”

▲ 영화 의 한 장면.


젠트리피케이션현상에서 쫓겨나는 상인과 짝을 이룬 게 예술가였다면, 건물주와 짝은 이룬 건 연예인이었다. 연예인들이 재테크 방편으로 건물을 샀고 그 건물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기존의 세입자들이 쫓겨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태원 갤러리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의 건물주인 가수 싸이와 신사동 곱창집 우장창창의 건물주 가수 리쌍이다.

2010년부터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 등으로 쫓겨나는 세입자들을 기록해온 정용택 영화감독은 이 현상에 부동산자본과 연예인, 언론의 커넥션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8월이 지나면 사라지는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정용택 감독을 만났다.

▲ 정용택 감독. 사진=달여리 촬영.


-촬영 중인 <젠틀맨은 없다>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적 장소인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다룬다. 언제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테이크아웃드로잉 문제는 <파티51> 상영회를 계기로 작년 4월부터 알게 됐다. 그 해에 <파티51>의 일본투어로 일본에 가게 됐고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포럼에서 발제도 했다.

일본에 가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건물주에 쫓겨나거나 하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없다더라. 일본은 세입자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15년~30년 장기계약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문제가 없는 세입자를 쫓아내면 오히려 건물주가 큰 보상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쉽게 세입자를 내쫓을 수 없다.

또한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는 한 가게가 그 골목의 가치를 높였다는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가업을 100년을 이어가는 문화가 생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테이크아웃드로잉도 첫 주인이 일본인이어서 그런 식으로 계약을 한 거였다. 그런데 중간에 싸이가 건물을 사고, 문제가 생겼다.

일본에서 돌아와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카메라를 들고 왔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예술가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답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건물주가 연예인, 그것도 한류스타 싸이였다. 건물주인 연예인에게 우호적인 사회적 여론이 있었다.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일본의 분위기와 달랐다. 테이크아웃드로잉과 싸이의 합의 이후 베스트 댓글이 ‘싸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건물주가 행하는 갑질, 강제집행을 봐도 바뀌지 않았다. 싸이의 변호사는 20건의 소송과 고소 고발, 폭력적 강제집행으로 예술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 30일 저녁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기본적으로 세입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는 분위기였다. 왜 이런 여론이 많았다고 생각하나?

"연예인과 건물주를 부러워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들 장래희망 1순위가 연예인, 2순위가 건물주라더라. 사람들은 연예인과 건물주에 대한 공격을 ‘내가 되고 싶은 이상’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그 이상에 감히 도전하는 사람들이 세입자. 이런 구도다. 그래서 더 미워하는 것 같다."

-젠트리피케이션 이슈에서 세입자에게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쉽게 볼 수 있다. 버티는 이유가 보증금을 더 받으려고 한다든가 이미 재개발을 할 것을 알고 들어왔다든가 하는 말들이 있다.

"두리반도 마찬가지였지만 평생 모은 돈과 대출받은 돈 합쳐서 가게에 1억 5천 이상을 들였다. 그런데 시행사에서 300만원 받고 나가라고 했다. 빨리 나가고 늦게 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갈 수가 없는 거다. 그 돈 받고 나가면 죽으니까 못나가는 거다. 길거리에 나앉아야 되니까.

끊임없이 말해도 그런 문제제기들은 계속 나온다. 사실 함께 싸우는 사람들 안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확인했을 때 그렇게 트집잡힐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 지난 24일 이태원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진행된 아트테이블에서 정용택 감독이 발표한 자료. 부동산 투기가 '아름다운 재테크'로 미화되는 현상을 비판한다. 사진=정민경 기자


정용택 감독이 지난 겨울부터 촬영에 들어간 <젠틀맨은 없다>는 이태원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난 24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진행된 <젠틀맨은 없다> 제작을 위한 1차 아트테이블에서 공개된 영상에는 ‘부동산 열망’을 띄우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 포함돼있다. ‘재테크 하는 법’, ‘시세차익 ○○억 원’과 같은 언론보도들이 끝없이 지나가고 감독은 이 장면에 “언론은 부동산 투기를 아름다운 재테크로 미화하지만 이는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약탈 방식이다”라고 비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당사자인 건물주와 세입자 이야기뿐 아니라 언론이야기도 들어갔다.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나?

"언론도 젠트리피케이션의 공범이라고 생각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흐름을 간략히 정리하면, 보통 낡은 동네에 싸니까 예술가들이 들어간다. 동네가 예뻐진다. 기획부동산이나 소자본이 상업화를 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온다. 그 과정에서 연예인들이 건물을 사고, 언론이 띄운다. 언론에서 무엇을 샀다고 띄우면 보도를 보고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 과정 때문에 언론이 공범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자본, 연예인, 언론의 커넥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언론들이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 때도 일방적으로 연예인을 옹호하면서 뜯어먹는 세입자로 공격했다.

게다가 언론은 사회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기도 했다. 1980년대 ‘부동산 투기’가 지금은 ‘아름다운 재테크’다. 양현석이 <힐링캠프>에 나와서 시세차익을 얼마나 올렸는지 말하고 다닌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것을 부러워한다. 이런 것도 언론의 역할이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 때도 언론에 대한 비판이 나왔었다.

"특히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상대가 연예인에다, YG니까. 기사가 400개 나오면 한 390개는 연예인 뜯어먹기, ‘을질’이라고 욕한다. 물론 10개 정도는 우호적인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여론에서 밀리고 SNS에서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다행하게도 <PD수첩>이 나가면서 여론이 바뀌었다. 싸이 측과 만나서 사과도 받고 합의를 했다."

▲ 정용택 감독. 사진=달여리


정용택 감독이 공개한 3년 전 <파티51>과 현재 촬영 중인 <젠틀맨은 없다>의 공통점은 예술가와 쫓겨난 세입자의 이야기다. <파티51>은 쫓겨난 세입자들을 도우러 간 인디음악가들의 투쟁이었고, <젠틀맨은 없다>는 쫓겨나는 예술가의 이야기다.

-왜 예술가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서 저항의 주체로 나서게 된다고 생각하는지?

“예술가들은 ‘젠트리파이어(Gentrifier)’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만들었고, 동시에 피해자다.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쫓겨나는 상인들과 같은 처지다.

2000년대 중반부터 두리반과 같은 문제가 생겨났다. 그 시기는 미국에서 리먼 사태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난 시기고 강남 아파트로 돈을 벌던 사람들이 강북의 홍대라든지 이태원에 들어와 상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음악계나 영화계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이 있다. 영화로 치면 독립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은 1990년부터 굉장히 힘들게 꾸려오지 않았나. 그런데 2000년대부터 독립영화가 세계적인 상도 받고 나름 흥행이 됐다. 대자본이 봤을 때 돈이 될 만하니 CGV에서 아트하우스를 만들어 상업코드로, 방송국에 <인간극장> 같은 코드로 만든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하고 판다. 기존의 독립영화들이 밀려났다.

인디음악도 마찬가지다. TV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하는 인디들의 공간은 없어졌다. 그렇게 밀려난 것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본다."

-<파티51>, <젠틀맨은 없다> 모두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계속해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뭔가?

"나도 계속 밀려났다. 2003년도부터 홍대에서 살았는데 당시에는 월세가 10만원이었다. 2006년쯤 되니까 너무 올라서 연남동으로 갔다. 그랬더니 또 오르더라. 상인들은 철거민이 되고, 예술가들이 밀려나는 구조를 알게 된 거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밀려나갈 수 없다는, 악에 받쳤다고 할까. 그런 상황에서 영화를 다시 만들게 됐다. 상수 이리카페 사장님도 그러더라. 홍대에서 쫓겨날 때는 그냥 조용히 나갔는데 이번에는 더 이상 쫓겨날 수 없다고. 다 똑같은 마음이다. 더 이상은 쫓겨날 수 없다는 마음."

정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