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한국교회, 종교개혁前 위기의 천주교회와 닮았다

moonbeam 2016. 8. 2. 08:23


말테 리노 루터대 교수



“재물로 은혜 얻는다는 착각

화려한 교회건물 신축 행태…

순수한 개신교로 돌아가야”

종교개혁 500주년 ‘쓴소리’

“오늘의 한국 개신교회와 종교개혁 시대의 천주교회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 개신교회가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인 가운데, 독일 출신의 말테 리노(한국명 이말테·사진) 루터대 실천신학과 교수가 한국 개신교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독일의 성직자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종교개혁에 뿌리를 둔 한국 개신교에 대해 ‘개혁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뼈아픈 외부인의 지적이다. 리노 교수는 독일에 유학 중이던 아내(한정애 협성대 신학과 교수)의 모국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정착해 24년째 한국 교회를 지켜봤다.

그는 ‘기독교사상’ 7월호에 실린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드리는 한 독일 선교사의 글’에서 먼저 한국교회의 위기를 언급했다.

글에 따르면, 급속한 교회성장에 자부심을 가졌던 한국 개신교회가 1990년대 이후 변화와 위기를 맞았다. 기복신앙에 익숙한 대형교회 등 대중교회는 1997년 금융위기로 저성장 시대가 되고 낙관적 성장주의 사상이 흔들리면서 그 추진력이던 기복신앙이 무너지자 일부 신자의 이탈이 있었다. 독재시대부터 반정부 운동에 집중하던 민중교회들도 1997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편에 서면서 정체성 위기에 빠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 개신교회 대부분 성장이 멈추고 침체가 시작됐으며, 개신교 내에서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성경책을 손에 들고 교회로 갔던 교인들은 요즈음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드러내지 않고 성경책은 가방에 넣고 다니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위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는 2012년 한국 여러 교단의 목회자 등 27명이 함께한 루터대 주관 독일 종교개혁지 탐방 행사의 토론회에서 취합된 ‘오늘의 한국 개신교회와 종교개혁 시대의 천주교회의 공통점’ 10가지를 소개했다. 그중에는 △재물로 하나님의 은혜나 복을 얻을 수 있으며, 선행으로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착각 △교회의 지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악용 △교권주의 △성직 매매 △많은 목사의 돈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오용 △교회를 개인 소유로 착각하는 경향 △도덕적·성적 타락과 낮은 신학적 수준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여기에 △화려한 교회건물의 신축 △교회 성장주의의 기반이 되는 ‘영광의 신학’ △교회의 ‘유교적’ 위계질서를 추가했다.

그는 이 같은 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라며 “왜냐하면 종교개혁의 결과로서의 개신교회에 속한 한국교회가 16세기의 천주교회와 같다면 두 번째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첫 번째와 같은 종교개혁이 필요함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신학자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신학도 각기 문제가 있다고 리노 교수는 지적한다. 보수적인 신학자들은 세속화된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수한 그리스도교의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며 20세기 초 조선에 전승된 북미 개신교 형태를 순수한 그리스도교로 제시한다. 하지만 미국 교회의 과도한 영향은 이미 부정적으로 비판받았다. 진보신학 쪽에선 위기의 원인을 앞서 위기에 빠진 서구교회의 신학에서 찾으면서, 독립적인 한국 신학을 주장한다. 그러나 기복과 유교적 위계질서에서 보듯, “한국 개신교회는 이미 크게 ‘한국 종교화’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리노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과제로 윤리회복과 신학교육의 강화,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 등을 꼽으며 “무엇보다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되찾으려고 했던 종교개혁의 핵심, 곧 ‘예수 그리스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