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못 써도 좋습니다.
떨어진 꽃잎에서도 향기를 맡아낼 수 있다면
흘리는 땀에서 사람의 냄새를 찾아낼 수 있다면
언뜻언뜻 마주치는 모습에서
숨겨져 있는 사랑을 볼 수 있다면
말 못 하는 이의 가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시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파란 새싹에서 빨간 열매를 볼 수 있다면
막걸리 한 사발에 허튼 소리도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수없이 스쳐가는 많은 만남 속에서도
하나의 눈망울을 기억할 수 있다면
듣지 못 하는 이에게 눈으로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정말 시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웃고 웃으며 떠들고 화내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