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누런 화장지

moonbeam 2016. 9. 28. 10:54


어느날 집에 보니 누런 화장지가 있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물어봤더니 표백제나 형광제를 쓰지 않은 것이란다.

물론 나무 자체를 자르지 않고 숲으로 남아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차피 나무를 사용해서 만드는 바에야 인체에 해롭지 않는 것이 좋겠지...

 

요즘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내고 꾸미는 데 신경들을 많이 쓴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는 것 같다.

자기발전을 위한 자기관리야 할수록 완성도와 성취도를 높여 만족을 주겠지만

자기관리라는 미명 아래 지극히 개인적인 인기나 조직 속의 입지를 위해서

순간순간마다 자기를 만들어 낸다면 진정성이 없어지는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일시적이고 얕은 처세술에 불과할 뿐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큰소리로 떠들어대며 자기를 과시하고

남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짐짓 꾸며대는 몸짓은 역겨울 뿐이다.

상대에 따라 기가 막히게도 위엄과 굴신을 제대로 하는 모습은 찬탄만 나올 뿐이다.

심지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점수로 환산하여 '점수를 땄네, 잃었네' 하기도 한다.

소인배들의 생각일 뿐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나 사회 내에서의 입지는 인위적으로 꾸며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위적인 언행은 언젠가 그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푹 익은 숭늉처럼 사람들에게 소리없이 다가갈 일이다.

 

말없는 침묵으로도 주위 사람들을 편안히 만들어 줄 수도 있는

깊은 마음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표백제를 써서 순백색의 모습을 애써 만들지 않은,

형광제를 써서 자기 자신을 한껏 꾸며 뽐내지 않은

언제 어디서나 그냥 그대로의 있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누구에게 점수를 얻든, 깎이든

결단코 巧言令色보다는 剛毅木訥을 택하여 그대로 살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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