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이말산 딱따구리

moonbeam 2016. 11. 28. 10:44



아침에 이말산에 올랐습니다.

올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익숙한 길인데도 자꾸 미끄러지네요. 젖고 살짝 얼은 낙엽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날도 그리 차지 않은데 산책하는 사람이 적어 대여섯 분밖에 못 만났네요.

 

2015년 봄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살아 꿈틀대는 힘찬 모습을 보려고 일 년을 꼬박 기다렸습니다.

만났던 바로 그 자리에 가서 숨죽여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말산 구석구석을 헤매고도 다녔습니다.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머릿속에서만, 가슴 속에서만 날아다니는 새가 되었습니다.

 

이말산은 야트막한 동네 뒷동산이지만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북한산 줄기가 이어진 제법 울창한 숲 한가운데였겠지요.

그러니 딱따구리가 살아 있던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이말산에 딱따구리가 살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제는 전설로만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설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진관동산을 떠나면서 전설이 될 것입니다.

학생들과 동료들의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전설로 남아도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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