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가 부산 여행 중에 보수동 책방골목에 들러 LP판을 사왔다.
비틀즈와 브라암스 교향곡 2번...
요즘이야 깔끔하고 스마트한 것이 대세라고 하겠지만
옛날 세대인 나는
세련되지 않고 수더분하고 무뚝뚝한 사람들의 냄새와
약간 고리타분하지만 뿌리칠 수 없는 사회의 투박한 향기가
더 정겹게 느껴진다.
그리 자주 접할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옛날 영화관에서 비오는 것처럼 빗금이 뜨는 화면이나
바늘에 끌려 지직지직하는 레코드판의 잡음이 너무 그립다.
좌우지간 이놈의 2진법 돼지털은 속도가 너무 빨라 탈이다.
하나 둘에서 바로 열이 되고
순식간에 백, 천이 되니 눈으로만 따라가기도 벅차다.
하물며 나이와 함께 늘어가는 주름골은 더욱 깊게 패이고,
자꾸 까맣게 잊어버리기만 하는 머리와,
더욱 굼뜨고 느릿해지는 이 육신의 나같은 놈들은
돼지털의 저돌적인 습격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따라가기에 숨이 차니까 따라가고 싶지도 않다.
그저 한 발 물러서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나 해야겠다.
더 천천히 가는 것이 더 편안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