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평화누리길 4코스 유감

moonbeam 2017. 3. 9. 11:18



행주산성 가는 길이야 오래 전 내가 발품을 팔아 어렵게 개발한

능곡 논길로 가면 되지만

새로 평화누리길을 열었다고 해서 길매듭을 따라 가보리라 마음 먹고 길을 나선다.

호수공원부터 길을 알려 주는 표지판도 곳곳에 있고 바람에 나부끼는 길매듭도 계속 이어져 출발하는 기분이 좋다.

길매듭은 호수공원을 지나 제 2자유로 신평회전교차로 위로 이어진다.

계속 따라가니 자유로 아랫길. 주저없이 계속 걷는다.

바람이 불고 차들이 옆으로 지나가며 먼지를 뿌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곧 새롭게 만든 좋은 길이 나오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간다.

그런데...군대초소가 있는 곳까지 갔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자유로에서 신평으로 내려오는 차들은 많아져 씽씽 달리고 인도도 없는 길을

먼지를 뒤집어 쓰며 걷는다.

이젠 길매듭도 보이지 않는다. ? 이 길이 아닌가?

오던 길을 다시 되짚어 간다. 팻말은 그대론데...

먼지 날리는 길가에서 눈을 뒤집어 봐도 길매듭은 보이지 않는다.

허 참. 낭패로고...에이 후퇴는 없다. 오직 전진이지...ㅋㅋㅋ

다시 방향을 잡고 먼지 날리는 자유로 아랫길을 차와 마주보고 걷는다.


 

신평배수펌프장과 만난다.

오리들은 한가하고 나는 길 찾아 계속 앞으로...앗! 길이 없다.

돌아 나와 한참을 걸으니 왼쪽에 그럴듯하게 조경을 한 건물이 보인다.

'원능친환경사업소멋지네. 그 바로 앞에 표지판이 보인다.

파주 임진각 방향은 내가 온 길이고 서울 행주산성 방향은?

어느 방송국의 거대한 송신소 쪽을 가리킨다.

불이 번쩍번쩍하고 고압이 흐르는 지역이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 있다.

참 난감하네~~~

 

그래도 용감하게 그 길을 가로지른다. 없는 머리털이 솟는 느낌이다.ㅎㅎㅎ

마음 졸이며 토끼굴을 지나간다.

어떤 토끼굴은 진흙과 물이 뒤섞여서 걸어갈 수 없는 곳도 있는데

여기는 바짝 말라 걷기엔 좋다.

굴을 지나 혹시 자유로 아랫길이 있나 하고 가보았으나 역시 없어서 되돌아 오고...

결국 논길로 들어서자 옛날 내가 다니던 길이 나온다.

다시 나타난 길매듭이 반갑다. 팻말도 있다...


새 길이 있나보다 하고 길매듭 따라가다가 얼마나 돌은 거야? 괜히 화가 난다.

그렇다면 길매듭을 아예 걸지를 말든지...

익숙한 길을 따라 옛날 기억을 더듬어 걷는다.

자유로 밑 토끼굴...여기만 지나면 강이다. 옆에는 군부대가 있고...

바로 강가로 내려가니 행주나루터. 길매듭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강가길을 걸으니 시원하게 한강이 눈안에 들어온다.


끊어진 옛행주다리가 애처롭다. 저 다리를 왜 끊었을까...

새 다리가 생기기 전에 강남에서 근무할 때

그 지역에 있던 졸업생들과 차 세 대에 나눠 타고 떼를 지어 건너오며

왕복 2차선 다리 위에 차를 세워 놓고

강물 구경 한다고 버티다가 헌병들과 실랑이 하기도 하고...

새 다리가 생긴 후로는 쓰지 않던 옛 다리가 좋은 쉼터였는데...

여의도에서 집까지 걸어오며 다리 한가운데 앉아 쉬면 정말 마음이 편안했었는데...

전에는 음식점들에 가려 한강을 바로 볼 수 없었는데

이젠 강 바로 옆을 걸을 수 있어 참 좋다.

부는 바람에 바람개비가 마구마구 돈다...ㅎㅎ동심.


강가에는 넓은 공원을 만들어서 겨울만 빼고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즐기는 곳...

탁 트여 몸과 마음이 다 시원하구만...

잘 닦은 길을 따라 공원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돌아 행주산성으로...

공원에서 찻길로 나오며 바로 맞은 편에는 가성비 좋은 들깨칼국숫집이 있지.

 

가까이 있지만 늘 아래쪽에서만 놀았지.

20년 만에 올라본 행주산성...애들 어릴 때 데리고 왔던 기억...

들어서자 권율장군의 모습.

오르는 길 왼쪽 토성 아래엔 행주기씨가 태어났고

살아가며 마셨다던 샘물 기감천이 있지만 지금은 마실 수 없다고...

 

잘 닦여진 가파른 길을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인다.

방화대교가 눈 아래 보이고 강 건너엔 공항 근무할 때 자주 오르던 개화산이 보인다.

정상에 우뚝 솟은 대첩비...

진강정 아래 산길을 내려가면 바로 강가 행주공원으로 이어지니

가벼운 산책코스로도 좋네.

좌우지간 큰 강을 보니 시원하긴 한데...


길을 만들었으면 안내를 정확히 해야지

제대로 하지 않고 얼렁뚱땅한 주체가 누구인지 심히 유감이다.

고양누리길은 고양시 담당인데 평화누리길은 경기도라나?

좌우지간 호수공원이나 일산 시내에서

2자유로 신평회전교차로 쪽으로 가는 팻말과 길매듭은 다 걷었으면 한다.

길을 다 만든 후에 제대로 안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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