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강을 재탄생 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재탄생을 위해 모래를 퍼내고 '보'라 부르는 16개의 대형 댐을 건설했다. 낙동강 700리 중 제1 비경인 경천대도, 사진작가들이 매일 찾던 영산강 동섬도 파괴되었다.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인 아름다운 강변들도 '재탄생'의 가면을 쓴 4대강 삽질을 피할 수 없었다. 포클레인들이 강을 마구 도륙했고, 시뻘건 핏물을 흘리며 생명의 강은 그렇게 죽어갔다.
- ▲ 낙동강 700리 중 제1비경으로 알려진 경천대도 4대강 삽질로 처참히 파괴되었다. ⓒ 최병성
눈이 와도, 비바람이 불어도 4대강 삽질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원인 변종운하가 완성되었다. '큰 물그릇에 많은 물이 물을 맑게 한다'며 모래를 퍼낸 4대강에 물을 가득 채웠다.
과연 4대강 살리기로 재탄생한 강이 맑아졌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외치며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4대강 사업이 완성되자, 4대강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녹색이 성장해갔다. 국민이 마실 물이 간 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가득한 녹조라떼가 되었다. 수질 정화 기능을 하던 모래가 사라지고, 댐에 가로막혀 강의 흐름이 멈추자 물이 썩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 4대강사업으로 재탄생한 강은 녹조라떼가 되었다. 강 위를 날아가는 페러글러이더가 4대강 녹조라떼의 위용을 증명한다. ⓒ 신병문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수문을 상시적으로 개방해 강을 흐르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 조사를 위한 민관 공동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으로도 알려졌다.
이제 4대강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한다고 강이 다시 살아날까?'
'녹조라떼가 된 강을 살리기엔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아니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스스로를 치유하며 회복된다. 강의 생명은 흐르는 역동성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잘못으로 강이 처참히 파괴되었지만, 강물이 흐르며 다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난 현장이 여기 있다.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면 4대강이 다시 살아난다는 증거를 함께 살펴보자.
강이 흐르기만 하면, 죽은 강이 다시 살아난다고?
강원도 영월엔 강이 많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 서강이 되고, 영월 읍내에서 서강과 동강이 만나 남한강이 되어 서울로 흘러내려 온다.
선돌로 유명한 서강 변에 1999년 제방을 쌓기 시작했다. 홍수로부터 주변 농경지를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제방을 쌓을 곳이 아니었다. 제방이 보호할 수 있는 농경지 면적이 아주 작고, 가끔 홍수로 불어난 물과 함께 실려 온 유기물이 밭을 더 옥토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제방이 완성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반대편 우측 강변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대가 높아 홍수 피해가 전혀 없던 곳인데, 새로 쌓은 제방에 부딪힌 물길이 우측 강변의 유실을 불러온 것이다. 결국, 우측 강변도 제방을 쌓기 시작했다. 덕분에 반짝이던 은빛 모래밭과 미루나무 줄지어 서 있던 아름다운 강변을 잃어버렸다.
- ▲ 좌측 강변에 제방을 쌓자, 제방으로 인해 우측 강변 유실이 발생했다. ⓒ 최병성
드디어 2002년 양쪽 강변에 제방이 완성되었다. 높고 튼튼한 제방을 쌓았으니 홍수로부터 해방된 것일까? 제방이 완성된 다음 해인 2003년 여름, 불어난 강물에 제방이 힘없이 무너졌다. 강물은 좁은 제방에 갇혀 흐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 ▲ 홍수를 막는다며 튼튼한 제방을 쌓았지만, 제방이 완성된 바로 다음 해 불어난 강물에 붕괴되었다. ⓒ 최병성
강물이 흐르며 다시 살아난 강
2003년 제방이 무너진 영월 서강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최근 다시 서강을 찾았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제방은 온데간데없고 버드나무 물결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방 공사로 사라졌던 하중도도 다시 형성되었다. 더 이상 처참히 망가졌던 강이 아니었다. 흐르는 강물이 강을 생명의 습지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 ▲ 똑같은 장소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제방 건설로 파괴되었던 강이 시간이 흐르며 제방은 사라지고 버드나무 울창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다. ⓒ 최병성
우측 강변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측 강변 역시 커다란 버드나무들 울창한 습지로 변화되었다.
- ▲ 흉측한 돌제방이 울창한 버드나무 군락으로 거듭났다. ⓒ 최병성
누가 나무를 심은 것일까? 마을 어르신들께 물어보았다.
"어르신, 혹시 강변에 나무들을 심은 것인가요?"
"아니. 아무도 심지 않았는데 저절로 자란 것이지. 그동안 세 번이나 잘랐는데도 저렇게 빨리 자란 것이라오."
환경부 지정 보호 습지로 거듭나다
영월 서강 변 곳곳에 환경부(원주지방환경청) 보호 습지임을 알리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고, 습지 관찰을 위한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 ▲ 영월 서강 한반도 지형 주변이 환경부 보호습지로 지정되었고, 습지 사이에 생태탐방로도 만들어져 있다. ⓒ 최병성
한반도 지형을 닮아 유명해진 이곳을 보호 습지로 지정한 이유를 환경부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영월 한반도 습지 보호지역. 습지 주변 관리지역. 영월 한반도 습지는 주천강과 평창강이 합류하는 하천 곡류부에 형성된 대규모 하천습지로써, 인간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은 자연하천습지의 전형이며, 한반도지형을 비롯한 석회동굴, 자연교, 바위 절벽 등 다양한 하천침식 및 퇴적지형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또한, 하천에 형성된 다양한 여울과 소는 풍부한 하천생태공간을 조성하여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 삵, 돌상어, 묵납자루, 층층둥굴레 등을 비롯해 총 432종의 야생생물이 서식 분포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생물다양성과 고유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월 한반도습지의 뛰어난 자연·경관 자원이 보전될 수 있도록 이곳을 찾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곳이 오랜 옛날부터 아름다운 습지였기에 환경부가 생태보호습지로 지정한 것일까?
아니다. '인간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은 자연하천습지의 전형'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은 틀렸다. 한반도보호습지 지정 팻말이 서있는 곳의 10년 전후 사진을 살펴보자.
- ▲ 위의 사진은 파괴된 모습이지만, 10년이 흐른 지금은 버드나무 울창한 환경부 보호습지로 거듭났다. ⓒ 최병성
위의 사진엔 제방 공사를 하던 포클레인이 강가에 서 있고, 강변엔 나무 한 그루 없이 초토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아래 사진은 똑같은 장소인데 10년이 흐른 2017년 5월 현재, 버드나무 울창한 습지가 되었다.
환경부가 보호 습지로 지정한 이곳은 영월군이 쓰레기매립장 건설을 추진했던 곳이요, 모래 채취와 제방 건설 등으로 처참히 망가진 강이었다. 그러나 흐르는 강물에 실려 온 버드나무가 자라며 환경부 보호 습지로 지정될 만큼 건강한 습지로 거듭난 것이다.
지금은 환경부의 보호를 받는 습지가 되었지만, 저절로 생긴 결과는 아니었다. 서강의 맑음을 지키기 위해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하려는 영월군수와 힘든 싸움을 해야 했다.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고소되어 수없이 경찰서를 오가야 했다.
- ▲ 지금은 한반도지형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서강변 쓰레기매립장 건설을 막아내던 1999년12월 처음 발견했다. ⓒ 최병성
서강을 지키던 중에 한반도 지형을 처음 발견하여 세상에 공개했다. 그러나 영월군은 한반도지형 중앙을 절개하여 도로를 건설하려 했다. 주민들과 힘을 모아 막아냈고, 지금은 영월군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으며, 환경부 지정 보호 습지까지 되었다.
서강변 쓰레기 매립장 건설과 한반도 지형을 절개한 도로 건설을 그냥 방치했다면, 지금의 환경부 보호습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보존한 아름다운 경관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영월 한반도습지의 뛰어난 자연·경관 자원이 보전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강변에 세워진 환경부 팻말이 MB표 4대강 사업이 잘못된 사업임을 증명한다. 뛰어난 자연경관이 세계문화유산이 되는 요즘, 4대강 사업은 하늘이 빚은 아름다운 강을 망가트린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자연·경관의 중요성을 이토록 잘 아는 환경부가 4대강 파괴에 앞장섰다는 슬픈 사실도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수문을 열어 흐르게 하면, 강은 저절로 살아난다
제방 건설과 골재채취로 처참히 망가졌었던 영월 서강. 4대강 사업과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댐을 쌓아 강의 흐름을 막지 않았기에, 지금은 보호 습지로 지정될 만큼 건강한 강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스스로를 치유하기 때문이다.
지금 4대강엔 슬픈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녹조라떼를 막는다며 녹조 방지제를 강에 뿌리기도 하고, 배를 타고 오가며 녹조를 걷어내기도 한다. 심지어 송어양식장에서나 보던 수차를 4대강에 설치했다. 그러나 4대강의 녹조라떼는 변함없다. MB가 망가트린 634km가 넘는 4대강에 이런 수차 몇 개 돌린다고 강이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 ▲ 녹조라떼를 줄이기 위해 4대강에 수차가 설치되어 있다.(사진 위) 수차를 열심히 돌리고 있지만 녹조라떼는 변함없다. ⓒ 최병성. 신병문
녹조라떼가 된 4대강을 살리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다.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강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강을 살리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수문을 여는 것뿐이다. 우리가 어떻게 강을 살릴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강은 흐르며 모래 쌓을 곳과 나무가 자랄 곳을 스스로 결정한다. 강은 흐르면서 다양한 환경을 만들고, 스스로 맑음을 유지한다. 강의 생명은 흐르는 역동성에 있기 때문이다. 4대강의 수문을 빨리 열수록, 4대강의 회복이 그만큼 빨라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을 살린다는 미명 아래 수만 년 흘러온 생명의 강을 파괴했다. 22조 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은 국토 파괴의 범죄요, 국고를 거덜 낸 잘못이다. 그러나 먼저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한 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4대강을 다시 살리기엔 결코 늦지 않았다.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만 하면, 아이들이 손과 발을 담글 수 있는 맑은 강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 ▲ 강을 막고 있는 16개 괴물 댐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면 녹조라떼도 사라지고, 강은 스스로 살아난다. ⓒ 신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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