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줄곧 비판해온 터였지만, MB정권에 발이 묶인 박근혜 정권은 4대강사업의 진실을 밝히는 데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여론에 밀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그들이 이룬 성과는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애당초 눈속임의 목적으로 만든 위원회인데 무슨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 테지요.
그러나 두 정권이 아무리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 해도 여기저기서 우려했던 부작용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의 은폐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4대강의 수질악화를 인정하고 댐을 열어 물을 대량으로 방류함으로써 매년 여름 발생하는 녹조라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녹조문제 그 자체를 부정하는 완고한 태도를 취해 왔지만, 이제 진실을 은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나 봅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지적하고 있듯, 댐을 열어 물을 대량으로 방류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녹조가 옅게 보이게 만드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위가 다시 올라가면 또다시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게 될 것이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흘러가야 하는 강을 흐르지 못하게 만든 데 있는 것이고, 따라서 쓸모없이 물길을 막고 있는 댐들을 완전히 해체하지 않는 한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댐을 열어 수위를 낮추는 것이 또 한 번의 환경 교란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댐으로 물길을 막아 엄청난 환경 교란을 일으킨 것이 사실이지만, 그동안 몇 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주변 생태계는 마지못해 열악해진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수위를 낮춰 환경을 교란하면 주변 생태계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재적응의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합니다.
애물단지 댐들을 완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런저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정부가 이번 조처 같은 임시변통으로 대처한다면 4대강의 생태계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엄청난 상처를 입은 상황인지라 작은 상처라도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과연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나 해보고서 그런 계획을 발표했는지 궁금하네요.
또한 이런 미봉책을 수행하는 데도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638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22조원이란 천문학적 비용이 이미 시궁창으로 흘러들어간 상황이라 6백억원대의 비용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속담이 있듯, 이런저런 명목으로 퍼부어야 하는 돈이 천문학적 규모로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아예 항구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당연히 그런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MB에게 한 푼의 빚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4대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이유가 전혀 없을 테니까요.
나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4대강사업으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조사해 목록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녹조라떼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속과 강 바닥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 부작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적절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수질이 극도로 악화되어 죽음의 물로 변해 버린 탓에 이미 수많은 생물들이 절멸되어 버렸으리라고 짐작합니다.
또한 물이 흐르지 않아 뻘밭으로 변해 버린 강바닥 역시 수질정화 기능을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죽음의 산란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허울 좋은 생태공원 만듭답시고 수변식물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든 것도 유형무형의 갖가지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댐으로 물길을 막아 지하수 수위를 교란한 것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을 테구요.
이렇게 4대강사업이 빚어낸 비극적인 결과를 소상하게 파악한 다음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망국적인 4대강사업이 초래한 비용을 그나마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늦어질수록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늘 강조하는 바지만, 22조원이란 돈이 아깝기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무슨 일을 하든 단 한 푼도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일 뿐입니다.
들인 돈이 아까와 우리에게 해만 끼치고 있는 댐들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22조원이라는 이미 낭비된 돈에 추가적인 낭비가 더해질 뿐입니다.
앞만 내다 보고 애물단지 댐들의 처분방식을 고심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유일한 합리적 태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