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일기

moonbeam 2018. 1. 27. 22:03

 

마누라님은 새벽에 차를 가지고 나설 것이고,

라켓가방 둘러메고 버스 타고 가려니 차디찬 날씨 핑계 대고 집에 주저앉을 것이 뻔한 내 성정(현실타협적 자기합리화적 성정?)을 스스로 간파하고(이럴 땐 나를 참 잘 아는 나다.ㅎㅎㅎ)

용감하게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연신 하품을 해대며

새벽 꽃시장에 가는 마누라님을 따라 나섰다.

두어 시간을 왔다갔다 하며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사먹고 교회로 향했다.

마누라님을 내려놓고 테니스장으로 가니 날이 추워선지 아무도 없다.

혼자 서브 연습이나 할까 하고 몇 개 쳐보니 잔뜩 언 공이 돌처럼 딱딱해 제대로 튀겨지지도 않는다. 손은 시리고 발까지 굳는 느낌이다.

춥긴 춥구나...비닐을 둘러친 간이휴게실 안에 들어가 난롯불을 피울까 했는데 기름도 없다.

망연자실...혼자 하릴없이 앉았다 섰다 엉거주춤 하는데 멤버가 하나둘 온다.

? 이 추운 왜 이리도 일찍 오셨수?’한다. ‘니들이 내 사정을 알아? 오직 테니스 치겠다는 일념으로 신새벽부터 종횡무진 돌아다닌 내 맴을 알어?’ 속으로 중얼거리며 야 춥다. 빨리 공이나 치자

가만히 있으면 추운 줄 아는지라 급하게 공부터 떄린다.

오늘따라 왜 이리도 잘 맞냐.ㅋㅋㅋ 파트너 바꿔 가며 계속 치니 힘든 줄도 모르겠네...

거의 네 시간을 때렸네...12시 좀 넘으니 은근히 날이 풀리는 느낌...기분이 그러니 별로 지치지도 않는다. 샤워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니 푹 퍼지는 느낌...아직도 할 일이 남았지...

교회로 달려가 꽃꽂이 사진 찍고, 권사님 몇이랑 정담도 나눈 후 마누라님 모시고 다시 집으로~~~

어느새 저녁...밥 한 술 뜨고 나니 온몸이 노곤하니 피로가 몰려온다...

난 그저 그대로 쓰러진다...에효 피곤한 하루다...날만 따시면 이렇게 바쁘진 않을 터인데...

추위야...삼한사온의 전통을 잊지 말아주라...제발...좀 편하게 공치고 시프다...


오늘은 꼭 일기를 써야만 될 느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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