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된 옛 교회 건물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1931~2005)의 작품이었다. 그는 미국 MIT를 나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I. M. Pei)의 사무실에서 일한 건축가였다. 페이는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이다. 마지막 모더니스트 건축가라 불리는 그의 제자답게, 이구가 지었던 교회는 담백했다. 그리고 겸손했다. 대로에서 한껏 물러나 앉았는데 십자가 첨탑도 세우지 않았다. 건물 전면의 아(亞)자 창의 색을 달리해 십자가로 보이게 했다. 현대적인 교회 건물에 한국의 미를 감각적으로 더했다. 한국의 예배당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건축가는 무수히 고민했을 것이다. 새 건물의 인허가 단계에서 “기존 건물을 조금이라도 보존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남김없이 철거됐다.
주교의 유해는 지하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이다. 그는 그 공간에서도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복도 아래에 있다. 사후에도 낮은 곳으로 임한 그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 지하 성당에 종종 간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이게 예배당 그리고 공간의 힘이 아닐까 싶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출처: 중앙일보] [한은화의 생활건축] 교회 건물, 꼭 화려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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