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은퇴

moonbeam 2023. 8. 28. 16:19

‘형 나 은퇴했어’ ‘그래 몇 년 전 정년했지. 먼 소리여?’
‘아니 그게 아니구...’
50대 나이 들어 만났지만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아 호형호제하면서 여지껏 만남을 이어오고 친구.
나는 서북쪽 끝 그는 동남쪽 끝. 사는 곳이 먼 만큼 가끔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자란 공통점이 있어 만나면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니 서로 반갑고 즐겁기만 하다.
 
몇 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교회 장로직도 은퇴를 선언했단다.
물론 목사와 장로들이 말리는 건 당연하고...
그 가운데 동갑인 장로가 ‘뭐...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가면 자동적으로 은퇴하잖어...그러니 그냥 이름만 달고 있다가 같이 은퇴하자구.’
이 말에 팩 돌아서 소리를 쳤단다.
‘나는 싫다구. 뭔가 일을 하든지...아무 일도 안 하고 세월만 보낼 걸 왜 해야 돼? 난 못해’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다 해도 나는 항상 내가복음에 충실해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어영부영 믿음으로 대충 사는데ㅎㅎㅎ
이 친구는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해 지 맘에 들지 않는데다 합리적이지 않으면 바로 치받는다.
자기가 은퇴하고 그 뒤를 젊은 친구들이 죽죽 밀고 올라오면 교회의 변화가 더 빨리 오지 않겠나. 그래서 자리를 비우자는 뜻인데...이누무 장로들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부드럽게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자리보전만 하고 있다는 것이 도무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만나면 수도 없이 나눈 주제다.
은퇴를 선언하고 1년이 지났는데 홈페이지에는 시무하는 걸로 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또 분개한다.
지워 달라고 했더니 다른 이들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따라서 은퇴할 이들이 많은 모양이지?ㅋㅋㅋ)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니 그냥 두잔단다.
‘이런 비겁한 놈들...그려 니들 맘대로 기냥 냅둬라’ 큰 소리 한 번 치고는 요즘 안 나가고 여기저기 교회순례 한단다.(옛날 내모습ㅎㅎㅎ)
‘형네 교회 같이 나갈까?’ 아이구 느무 멀구나...ㅜㅜ
참 큰일은 큰일이다. 대부분의 장로들은 은혜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라 그저 무념무상이고...카르텔의 한축인 목사들도 대부분 평안한 교회, 화목하는 교회만 추구하기 떄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은혜와 감사, 정죄하지 않는 사랑만 외치면 잘 꾸려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이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해야 하는 이 시대, 이 상황에서 목사와 장로가 변하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 떠나간 가나안교인들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갈수록 늙어가는 교회. 현상유지만 해도 된다는 교회.
지금까지 살아온 은혜에 대한 감사와 곧 다가올 천국의 영광만 보여주는 교회.
노인들의 사랑방도 중요하지만 단지 그 역할만 하는 교회.
교회의 위기다.
정신차려라 교회야. 정신차려라 목사와 장로들아. (내가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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