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별해야 한다. 헤어질 결심을 했다.
헤어져야만 한다. 이 여인을 떠나보내야만 한다.
그런데 열정에 불타는 이 뜨거운 여인은 도무지 갈 생각이 없다.
여인은 나를 무시한다.
철저하게 내 뜻을 무시하는 것은 여인의 천부적인 권리다.
여인은 뜨겁게 달궈진 몸으로 매일 밤낮으로 나를 괴롭힌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지 맘대로 핥고 격한 애무를 한다.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길고 긴 나날 동안 끈질기게 내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어 매일 진땀만 흘리고 있다.
하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내 운명.
매년 이때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괴롭히지만
올해엔 유난히 긴 시간 동안 내 곁에 머물고 있다.
어제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운우지정을 나누고 난 후
상봉의 눈물을 흘린 때문인지 오늘에야 겨우 좀 사그러든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이 여인은 변덕이 심하고 게다가 꼬리가 아주 길다.
이 뜨거운 여인이 떠났다고 믿을 수 없어 나는 슬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