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9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당시 28세이던 백영심 간호사가 아프리카 케냐로 의료 선교를 떠나던 날이었다. 돌아올 날은 정해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공항 바닥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백 간호사는 2남 4녀 중 셋째 딸. 제주 조천읍 함덕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제주에서 마쳤다. 자식을 육지로 내놓는 일만 해도 조마조마했는데, 그 귀한 셋째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로 간다니···. 백 간호사를 아프리카로 파송했던 한국 교회조차도 그가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 처음엔 정식 선교사 월급 대신, 교회 청년들이 모아준 300달러(약 36만원)와 병원 퇴직금을 가지고 떠났다. 하지만 백 간호사는 아프리카에서 30년을 ‘시스터 백’으로 살았다. 시스터 백은 현지 사람들이 그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