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100 원만 아저씨

moonbeam 2009. 6. 25. 17:51

 물방울ⓒ월광사진2009.05.21 

 

 우리 교회분들은 다 아는 100원만 아저씨...

100원만 달라고 해서 주면 커피를 빼서 맛있게 마시고

그 컵은 밖으로 가져 나가서 교회 옆 마당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우고

그 컵에 재를 버리고...

 

그런데 그 아저씨가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

커피자판기를 향해 큰 절을 올린다는 소문을 들었다.

 

어느 토요일, 가뭄에 콩나듯 아주 가끔, 교회 청소하러 간답시고는

청소는 하지도 않고 악보 복사만 하다가

커피나 한잔 뽑아 마실까 하고 2층에서 1층 로비로 내려 가는데.....

바로 그 100원만 아저씨가 자판기 앞에서 넙죽 큰 절을 올리는 게 아닌가.

보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우습기도 하고...

 

계단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니

두 손을 높이 치켜 들었다가 넙죽 무릎을 꿇고는

최대한의 경의를 자판기에다 표하는 것이다.

완전히 몰입을 해서그 누구도 감히 범할 수 없는 경건함까지 느껴지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참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광경이었다.

자판기와 엎드려 절을 하는 모습...

감동을 넘어선 충격적인 그림으로 내 머리에 깊게 박혀 버렸다.

시간도 멈춰 버리고 나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아....

부끄러웠다.

주일마다 교회에 나와 경배와 찬양을 드린다 하지만

저처럼 엄숙하고 경건함에 싸여 있었던가...

나의 정신과 온몸을 송두리째 내던져 주님 앞에 무릎을 꿇어 본 일이 있었던가....

세속적 일에는 온몸에 핏줄을 돋우며 열정을 드러냈지만

주님의 일에  온전히 나를 바쳐 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바보스럽다고, 정신줄 하나 놓았다고, 웃기는 사람이라고,

마음속으로 비웃고, 겉으로 실실 놀리기까지 한 나자신이 정말 미치도록 부끄러웠다.

 

아...

내가 그 100원만 아저씨보다 더 순수하게

오로지 주님만 생각한 순간이

도대체 얼마나 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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