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집으로

moonbeam 2009. 7. 3. 20:47

올해 공항에 와서는 걷기를 많이 못했다.

체력단련실이 있어서 아침에 일찍 가서 아령이나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 운동을 하고

낮에 시간이 연속 비는 날에 또 가서 런닝머신에 올라 한 40분 가량 시속 7Km로 걷는게 전부다.

그래도 여의도에 있을 땐 매일 아침마다 4,50분은 걸어서 출근했고

퇴근 땐 합정까지 1시간, 아니면 수색까지 2시간을 걸었는데...

하여 지난 주부터 퇴근할 때 집까지 걸어오기로 작정을 했다. 2시간 정도....

 

오늘도 교실 청소 마치고 가볍게 출발....

하늘은 맑아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땀도 식혀 주고...참 좋다.

 

공항 큰 길 뒤쪽엔 작은 동네 길이 있다. 

차는 물론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주택가 길이다.

의외로 멋지게 꾸민 큰 집들도 많고, 나름대로 멋을 부려 꽃과 나무로 치장한 집들도 많다. 

 

 한 30분 걸으면 행주다리로 오른다.

신행주다리를 걸으며 아래에 있는 옛행주다리를 보니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여의도에서 걸어 와 다리 한가운데에서 여럿이 웃고 떠들던 일....

또 그 전에 새행주대교가 개통하기 바로 하루 전에(그때 강남에서 근무했다)

졸업생들과 강남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차 3대에 나눠타고 들어 오다가...

그만 내가 소변이 마려웠다.

내가 탄 차가 맨 앞차였는데...오줌도 마렵고 해서

'야...스톱...다 내려....' 결국 뒤에 따라오던 넘들도 다 내리고...

그리곤 그 다리 위에서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흐흐흐 가관이었으리라.

열명이나 넘는 넘들이 다리 위에서 그 짓거리를 했으니...

그땐 옛행주다리가 왕복 2차로였기 때문에 우리 뒤에 차들은 죽 늘어 서있고...

볼일을 다 본 우리들은 내 명령에 맞춰 '승차'...거기까진 좋았는데...

거의 다리를 건너갈 즈음, 앞에서 전경이 차를 가로 막는다....

'허이구 어쩌나...' 결국 다 끌려 내렸는데 나만 차에 타 앉아 있고...

한 2,30분 싱갱이를 하다 어찌어찌 해서 결국 풀려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아도 참 어처구니도 없고, 또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내가 계속 몇 년 동안 축제 담당할 때 애들이었는데 그넘들은 축제 때면 기획에서부터 연출, 출연 등 난리를 치던 놈들이고

기수가 있어서 나름 엄격한 계통을 유지하던 놈들이어서 나의 명령이 거의 절대적이었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오다가 아뿔싸...휙 부는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 버렸다.

어어 하는 순간에 저 밑 강물로 떨어져, 물에 닿는 소리가 내 귀에 철썩하고 들리는 것만 같다...

어이구...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고어텍스라고 비싸게 주고 산 모잔데...  

할 수 없지 뭐...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걷는다...

맨머리로 따가운 해를 그대로 받자니 나 참...

그래도 다행이다...차들은 뒤로 와서 내 앞으로 가니 얼굴은 안보일 것이고...

다리를 건너 농로로 들어서니 사람들도 없고...

그저 별 볼 일 없이 쉬고 있는 제2 자유로 공사 현장이 있을 뿐이니...

 

능곡 삼성당까진 논길로 가다가 거기부터 일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그대로 찻길로 간다.

물론 그 뒷길도 있지만 찻길에  차들도 별로 다니지 않고, 인도도 그런대로 괜찮다.

능곡에서 일산 호수로로 이어지는 길 가로수는 매화나무도 있고, 살구, 개복숭아 등이다.

그냥 지나칠 땐 벚나무로 알았는데 지나다 보니 매실이 주렁주렁 열렸다.

물론 밭에서 재배하는 것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꽤 실한 나무도 보인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만 주워도 한 상자는 될 것 같다. 물론 품질도 상품은 아니고 허리는 좀 아프겠지만....  

 

 

 

한참 걷다보니 바닥이 새까맣다...뭔가 하고 올려다 보니 오디다.

매실이 죽 이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신기하게도 뽕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아직 희여멀건 놈도 있고, 발갛게 익어가는 놈도 있고, 이미 익을대로 익어 땅에 떨어진 놈도 부지기수다.

걸어가는 길이 온통 검게 물들었으니 많이도 떨어진 모양이다. 

 

일산으로 들어오면 가로수가 바뀐다.

차도 옆의 가로수는 당단풍인데 인도 쪽 나무는 전부 벚나무다.

여기부터는 인도도 넓어지고 양쪽으로 숲이 있어 참 좋다. 

정말 버찌가 많이도 열렸다. 뚝뚝 떨어져 길바닥은 點點黑을 지나 거의 검은 빛이다.   

 떨어진 열매를 보며, 또 얼마나 열렸나 나무를 쳐다 보며

고개를 올렸다 내렸다 목운동을 하며 오다보니

땡볕도 잊고, 모자가 날아간 것도 다 잊었다..

그저 보는 게 좋기만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아...참 좋다...차로 가면 그냥 지나쳐 절대로 보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걸어가면 다 그대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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