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성경 베껴쓰기

moonbeam 2010. 5. 21. 08:56

 어머님께서 신구약 성경을 다 베껴 쓰셨다.

작은 상을 놓고 돋보기를 쓰고 단정히 앉아 쓰셨다.

앉은뱅이 상을 펴놓고 앉아 글씨를 쓰기란

건강한 젊은이도 하기 힘든 일인데...

오로지 굳은 믿음으로 이루신 것 같다.

 가만히 들쳐 보니 참 깨끗하게도 쓰셨다.

또박또박 써 내려가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글자 하나하나가 똑바르고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다.

깔끔하다.

얼마나 신경을 쓰셨는지 짐작이 간다.

거실 문갑 위에 놓고 보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가슴이 찡하다.

자식이 잘 모시지 못해서 오히려 성경쓰기에 매달린 게 아닌가...

괜히 죄송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참 귀한 일을 끈질기게 이루신 것이 너무 고맙고 놀라울 뿐이다.

나도 성경을 베껴쓸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그만큼 믿음이 약한 것이겠지...

 

마음이 괴로울 때나 믿음이 약해질 때,

세상살이에 지치고 피곤할 때

이 성경책을 보고 평안을 찾게 될 것이고,

가슴 벅찬 환희와 즐거움이 가득할 때에도

이 성경책을 보고 천국의 기쁨도 맛볼 것이다.

 

이 귀중한 성경책은 가까이 두고, 또 우리집의 가보로 대대로 물려서

어머님의 믿음과 사랑과 소망을

매일 느끼며 본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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