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신구약 성경을 다 베껴 쓰셨다.
작은 상을 놓고 돋보기를 쓰고 단정히 앉아 쓰셨다.
앉은뱅이 상을 펴놓고 앉아 글씨를 쓰기란
건강한 젊은이도 하기 힘든 일인데...
오로지 굳은 믿음으로 이루신 것 같다.
가만히 들쳐 보니 참 깨끗하게도 쓰셨다.
또박또박 써 내려가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글자 하나하나가 똑바르고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다.
깔끔하다.
얼마나 신경을 쓰셨는지 짐작이 간다.
거실 문갑 위에 놓고 보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가슴이 찡하다.
자식이 잘 모시지 못해서 오히려 성경쓰기에 매달린 게 아닌가...
괜히 죄송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참 귀한 일을 끈질기게 이루신 것이 너무 고맙고 놀라울 뿐이다.
나도 성경을 베껴쓸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그만큼 믿음이 약한 것이겠지...
마음이 괴로울 때나 믿음이 약해질 때,
세상살이에 지치고 피곤할 때
이 성경책을 보고 평안을 찾게 될 것이고,
가슴 벅찬 환희와 즐거움이 가득할 때에도
이 성경책을 보고 천국의 기쁨도 맛볼 것이다.
이 귀중한 성경책은 가까이 두고, 또 우리집의 가보로 대대로 물려서
어머님의 믿음과 사랑과 소망을
매일 느끼며 본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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