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창릉천 아침

moonbeam 2014. 12. 24. 09:55

 

얼어붙은 개울물이 조르륵 흐른다.

누가 불장난을 했나? 옆에는 불에 탄 흔적이 보이고...

불이 있어도 얼음은 얼고

얼음이 얼어도 불은 타오른다.

얼음이 얼어도 물은 계속 흐르고.. 

안개가 자욱하다.

늘 보이던 북한산도 보이지 않고...

창릉천 길을 따라 걷다가 자꾸만 멈춘다.

무얼 잃어버린 것만 같아 주춤대며 나아간다.

주머니를 뒤져 생각 한 움큼을 끄집어냈다가

도로 땅에 흘려 버린다.

마음은 바쁘고 걸음은 느리고...

생각하면 할수록 안갯속이다.

부옇게 모든 게 불확실한 앞길들...

걷히는듯 하더니 또 안개가 산에서 밀려 내려온다.

 

이런 된장...또 쓸데없는 생각..

나라며 사회며 이웃이며 이런 것들이 다 무엔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 뿐 아닌가...

이러다가 영원한 방관자 곧 비겁자로 남을 것 같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적은 건 분명한데

어떻게 갈무리 하며 살아야 하나...

 

오늘밤 오시는 아기예수님도 참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 같구나...

물론 사랑으로 오셔서 이 땅에 평화가 넘치겠지만,

오늘도 나는 비겁하게도 

사랑을 넘어 선 그리스도의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기를 꿈만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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