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말씀의 실상 --- 구상

moonbeam 2015. 3. 10. 08:28

 

말씀의 실상
                                                            - 구상 (1919~2004) -

영혼의 눈에 끼었던
무명(無明)의 백태가 벗겨지며...
나를 에워싼 만유일체(萬有一體)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노상 무심히 보았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異蹟)에나 접한 듯
새삼 놀라웁고
창 밖 울타리 한 구석
새로 피는 개나리꽃도
부활의 시범을 보듯
사뭇 황홀합니다.

 

창창한 우주, 허막(虛漠)한 바다에
모래알보다도 작은 내가
말씀의 신령한 그 은혜로
이렇게 오물거리고 있음을
상상도 아니요, 상징도 아닌
실상(實相)으로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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