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그리고 멋(펌)

‘해뜨는 식당’ 김선자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 “삶 달래줄 ‘1000원 백반’ 이어달라”

moonbeam 2015. 3. 19. 12:40

ㆍ하루 100명에 따뜻한 식사… 상인회 “계속 운영하겠다”

광주 대인시장에서 ‘1000원 백반’을 팔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든든한 힘이 됐던 김선자씨(73·사진)가 투병 끝에 18일 세상을 떠났다. 김씨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누군가의 배고픔을 달래줄 수 있도록 식당이 계속 남아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2010년 8월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 자그마한 ‘해뜨는 식당’을 열었다. 김씨는 젊은 시절 사업이 부도나서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때 김씨 가족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 것은 주변에서 조금씩 도움을 준 사람들이었다.

 


김씨는 “그때의 빚을 죽기 전에라도 갚아야겠다”며 광주 대인시장 골목에 식당을 차렸다. 89㎡(27평) 정도의 가게를 월 10만원에 빌린 김씨는 밥과 된장국, 세 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백반을 1000원에 팔았다.

이 식당은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다. 한달에 수십만원씩 적자가 났지만 김씨는 자녀들이 보내준 용돈을 모두 식당 운영에 쓰며 밥상 차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식당은 김씨가 2012년 5월 대장암 판정을 받으면서 문 닫을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연을 알게 된 대인시장 상인들과 지역 기업,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식당은 기적처럼 다시 문을 열었다.

상인회가 나서 김씨와 함께 밥을 지었고 시민들이 보낸 쌀 포대는 식당 창고를 채워줬다. 현재는 하루 100명 정도가 이 식당에서 따뜻한 밥을 먹는다. 김씨는 15일 전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뒤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김씨는 세상을 떴지만 ‘해뜨는 식당’의 밥 짓는 냄새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식당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유언을 전해들은 홍정희 대인시장상인회장(65·여)은 “시장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고 싶다’며 연 식당인 만큼 비용이 들더라도 당분간 내가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인시장 상인들은 김씨를 잊지 않기 위해 상인회가 생긴 뒤 처음으로 ‘대인시장장(葬)’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가족들과 상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