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장인 어른 1

moonbeam 2015. 7. 26. 19:29

 

 

1919년 생이시니 우리 나이로 아흔 하고도 일곱... 

평안도에서 어머님(처조모)와 둘이서 내려와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하시고

젊었을 때는 전택부 선생님과 함께 YMCA에서 활동하셨다.

일찍이 기자촌 산 위에 터를 잡으시고는 교회도 개척하시고...

그리고는 집은 가족들에게 맡기고 천마산 산골짜기로 들어와 소도 키우고

여러 예쁜 조류들과 함께 생활하셨다.

어떻게 4, 50년 전에 이런 골짜기에 들어와 살 생각을 하셨을까...

내가 마석에 처음 왔을 때도 소는 물론 화초닭 등 관상용 조류와 꿩이 많았으니까...

나중에는 동서들이 차례로 들어와 소도 키우고 심지어 거위까지 키웠고...ㅎㅎㅎ

그 덕에 서울에서만 생활한 내가 닭은 물론 꿩, 거위도 잡았으니..ㅎㅎㅎ

젊었을 때는 사냥을 즐기셨고 산에서 능이버섯도 캐 오셔서 먹은 기억도 많다.

환갑 잔치를 가족들과 테니스 대회를 했을 정도로 활동적이셨다.

19993월에 장모님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셨지만 더 열정적으로 사셨다.

80대에도 손수 차를 몰고 마석 노인들과 바다낚시도 다니시고...

누구와 다녀 오셨어요?’하면 , 동네 6,70대 애들이야하시며 웃으셨는데...

아흔 되실 때 까지도 테니스를 치시고 손수 운전을 하실 정도로 건강하셨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불과 몇 년 사이에 예전보다 많이 불편해 하신다..

작년부터는 수염도 멋지게 기르시고 뭔가 변화를 찾으시는 듯 했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당신 방 안에서만 계시다가 식사하실 때만 나오시고

유일한 외출이 주일에 교회 가시는 거다.

사실 우리야 뭐 할 일도 없고 그저 옆에서 지켜 볼 뿐이지만

당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은 과연 무얼까...

여지껏 평생을 당신 뜻대로 마음대로 사셨으니 계속 그렇게 사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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