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장인 어른 2

moonbeam 2015. 7. 27. 19:44

 

오랜만에 장인어른 옆에 앉아서 예배를 드렸다.

 

장인어른의 신앙은 어머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이북에서 외아들과 단둘이 내려오신 처조모의 삶은 오로지 예수님과 외아들에만 초점이 맞추어졌다.(우리 어머니도 그랬고 모든 어머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성가하셔서 기자촌에 터를 잡으시고는 교회 부흥에도 힘쓰셨다.

창립할 때 이미 다른 교단에서 장로 안수를 받은 상태였는데(40대에 기독교장로회에서 장로 안수를 받으셨다.) 예장 통합 측에서 공식적인 인터뷰만 하면

교단 장로로 인정해 주겠다고 제의를 하자

한 번 장로면 영원히 장로지 뭐 다른 절차가 필요하냐'면서 끝내 거절했다고 한다.

기자촌교회 옛날 요람에도 초창기 협동 장로로 나왔었는데 새로운 요람 연혁에는

그 부분이 보이지 않으니 참 이상하다. 처음부터 없었으면 모를까 있다가 없어지다니...

그냥 누락될 리도 없고...의식적으로 누가 빼진 않았을 터인데...미스테리네..ㅎㅎㅎ

어쨌든 마석으로 옮겨 온 후에도 지역 교회에 나가시면서

이 교회 저 교회를 가리지 않고 여러 교회의 부흥을 일궈내셨다.

(시무장로의 역할을 하는 협동장로로..ㅎㅎㅎ)

큰 처형이 마석에 들어와 살면서는 처형이 다니는 두레교회에 나가셨다.

그 강한 고집에도 딸이 뭐라 하면 순순히 그 뜻을 따르시고

은연 중에 의지하시는 것을 보면 연세가 드시긴 드신 모양이다..

 

처형 가족은 매년 여름이면 미국 아들네로 여행을 가시는데

때마다 방학 때라 나는 마석에 와서 휴양을 한다.

그러면서도 주일에 맡은 일 때문에 토요일에는 집으로 갔기 때문에

모시고 예배드릴 기회는 없었다.

물론 올해도 이 지역 분들에게 연락하면 모시고 왔다 갔다 하겠지만

요즘 신분이 좀 자유스러운 막내사위가 하는 것이 더 보기에도 좋지 않을까 해서

겸사겸사 효도(?)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교회에 도착해서 우리 부부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 머뭇거리는데

아무 말씀도 없이 앞장서서 늘 앉는 자리를 찾아 앉으신다.

아내와 나 사이에 앉으셔서는 찬송가 소리도 잘 내시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찬송가를 부르실 때 힘차게 부르셨고

귀가 어두워지신 후에도 한 박자 늦지만 소리는 카랑카랑 했었는데

이번엔 그냥 조용하시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 법...안타깝다....

음악성도 있고 원래 가진 소리가 좋아서 초창기 기자촌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도 하셨다.

내가 기자촌교회 지휘를 처음 맡았을 때가 79년이니 지휘자로 보면 선배인 셈이다.

80세 생신 축하연 때도 보리밭을 열창하셔서

손님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예배가 끝나자 아무 말씀도 없이 앞서 가신다.

어디로 가시느냐고 여쭤볼 틈도 없이 계단을 내려가시더니 화장실로 가신다.

그리고는 나오셔서 또 말씀도 없이 앞에서 주차장으로 인도하신다.

말씀은 없어도 너희들은 모르니 나만 따라 오라’,

모든 것은 내 계획대로 한다는 뜻일 게다.

아니면 너희들 도움 없이도 나 혼자 다 잘할 수 있다는 무언의 표현이 아닐까...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한 무리의 교인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두레교회의 분쟁...

장인 모시고 예배 잘 드리고 나오는 마음이

여러모로 어수선하기만하고 편안하지 못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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