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성도와 목회자들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패와 타락에 대해 크게 염려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시적인 성과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다수의 변절한 직업종교인들이 교회의 지배자가 되어 매우 지능적으로 공교회를 사유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교회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지도자 문제'입니다. 아무리 튼튼한 나라도 지도자를 잘못 세우면 졸지에 휘청거리고, 아무리 견실한 기업도 경영자를 잘못 만나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그런데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게 바로 요즘 여러분들이 보고 계시는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어떤 분은 "교회가 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준 예수의 모습과 점점 멀어진다. 맨 정신으로 신앙을 하며 교회에서 버틸 수 없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 분들은 한결같이 나갈 교회가 없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한 세대 후 공동화가 나타난다."고 탄식합니다.
근자엔 목회 비리가 너무 만성화하고 체질화하여 막장 드라마보다도 더 심합니다. 헌금 횡령은 한번 먹었다 하면 보통 수억 또는 수십 억이고, 성범죄 최고 직업군 중에 하나가 목사직이고, 표절이 만연하여 신학논문은 물론 설교까지 거의 복사 수준이고, 동네 교회의 목사가 장관이나 도지사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겨가고, 그리고 시대착오적 교회 세습은 이제 3대 세습을 넘볼 지경이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자 루터는 일찌기 "교황은 가면을 쓰고 성육신한 마귀다"라고 사정없이 일갈을 날렸지만, 요즘 어떤 목회자들은 오히려 그 중세 교황들을 비웃을 정도입니다. 오늘날 교회보다 더 예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집단이 없고, 목사보다 더 예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고 있다
모든 직분자들이 소경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 순간에도 신실한 목회자들은 바른 교회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상당수의 다른 목회자들은 아주 '구태의연'합니다.
이 종교 귀족들은 남들이 하는 것을 거의 다 따라합니다. 설교를 유창하게 잘하고 상당히 경건해 보이는 중견 목회자들조차 남들이 고액 연봉 받으면 그대로 따라서 받고, 남들이 고액 강사료 챙기면 그대로 따라서 챙기고, 남들이 교회 장부 숨기면 그대로 따라서 숨기고, 남들이 누리는 부당한 교권을 그대로 따라서 누립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이 정도면 제법 근사한 목사라고 자뻑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공의'이고 무엇이 '불의'인지 무감각해진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그저 적당히 긴 줄의 중간 정도에만 서 있으면 그냥 무난한 목사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실하고 경건하고 의로운 목회가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 마치 구한말의 탐관오리들처럼 다른 목사에 비해 크게 돌출하지 않을 정도면 상당히 정상적인 목사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들의 교인들은 더욱 가관입니다. 뭘 좀 바로 알아야 면장을 하든 통장을 하든 제대로 할 것인데 그저 복만 내려주면 아무 무당이나 다 좋다고 합니다. 표절 목사든, 횡령 목사든, 성추행 목사든, 사기꾼 목사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나만 잘하고 나만 복 받다가 천국으로 직행하면 만사는 땡입니다. 교회가 썩든 목사가 썩든 그건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니, 그저 조용하고 화목한 교회가 되도록 입 다물자고 합니다. 게다가 많은 장로들 또한 너무 무능해서 겨우 목사의 하녀로 자족하는 수준이니 집사들 수준도 저절로 돌쇠 수준이 되었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교인들은 신학과 교회법을 깊히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신앙 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목사를 의지하고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목사 외에 교회 내에서 강단을 차지하고 독점적인 설교권과 발언권을 가진 직분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어떤 신도들은 "물질적 축복이 교회에 바치는 헌금 액수에 비례한다"는 식의 터무니 없이 사이비한 설교에도 단 한방에 넘어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담임목사의 일방적인 설교에 세뇌가 되어 목사의 제자가 됩니다.
일부 사특한 목회자들은 개신교의 이런 구조적 취약점을 이용하여 신도들을 우민화, 기복화, 그리고 맹신화하여 결국 자신의 목사왕국 구축에 필요한 홍위병이 되도록 유도합니다. 사실상 교회를 장악하여 목사 개인의 사조직처럼 만든 후에는 추가로 성직주의, 성전주의, 성장주의, 그리고 성공주의 등으로 무차별 폭격해서 그나마 남은 교인들의 기본적 상식마저 초토화합니다.
결국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신도들을 '종교적 노비'로 만드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장로교'도 아니고, '감독교'도 아닌 한국 특유의 유교적 '목사교'가 출현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유교적이란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고, 족벌적이고, 수직적이고, 기복적이고, 과시적이고, 형식적이고,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이라는 의미를 다분히 내포합니다.
목사교의 정체는 '개독교'
아무튼 교권주의 목사들은 신도들을 소경으로 만들고, 또한 이렇게 소경이 된 신도들은 목사를 교주처럼 맹신하니, 마침내 이런 악순환이 개신교를 뿌리까지 흔들며 끝장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질 목사가 저질 신도를 양산하고, 그 저질 신도들은 다시 저질 목사들을 후원하는 고약한 순환이 토착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비극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계속 진행되어 왔으니 이젠 당연히 막장 수준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이를 극히 일부의 이야기라고 변명하지 마십시요. 단지 타락한 양심의 찌꺼기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이를 부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오죽하면 세인들이 한국 개신교를 '개독교'라고 부르겠습니까. 아마 세계 기독교 역사상 거룩해야 할 공교회가 '개'라는 수치스러운 명칭을 얻어서 욕먹은 경우는 한국교회가 처음일 것입니다.
한국 개신교의 몰락은 이제 누구도 막기 힘듭니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여러 교단의 교회들은 물론 신학교, 노회, 연회, 총회, 그리고 연합단체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핵심 상층부를 진리에 눈을 감고 돈에 눈이 먼 소경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교회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그것이 온전하기를 기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쉬운 일례로 교단 선거마다 소위 목사란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서로 태연하게 돈을 주고 받고 성직을 거래하는 이런 더러운 집단이 지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외국 목사님들이 들으면 아마 단체로 기절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종교적 범죄 행위가 한국에서는 제법 흔한 일 중에 하나입니다. 더욱 웃지 못 할 일은 이런 목사들이 주일이면 자기 교회에 돌아가 온갖 무게를 잡으며 가장 경건한 척 유창한 설교를 늘어놓고, 또한 거기 앉은 맹신도들은 "아멘"과 "할렐루야"로 화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부패한 목동들은 계속 먹다가 과식으로 망할 것이고, 무지한 염소들은 이리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뜯겨서 망할 것이고, 그리고 상처 입은 양들은 광야로 흩어질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이리들을 몰아낼 정화 능력마저 상실했습니다. 상당수 교단들이 총체적으로 지도부에서 일반 신도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맹신화하여 그것이 거의 화석이 된 상태이니까요. 따라서 필자의 안목이 너무 좁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살펴 보아도 개혁과 회복이 가능한 교단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소위 정통이라는 대형 교단들 중에 잡다한 헌금봉투가 없고, 십일조 강요가 없고, 억대 연봉이 없고, 고액 강사비가 없고, 수십 억 재산의 부자 목사가 없고, 헌금 횡령이 없고, 뇌물 수수가 없고, 성추행이 없고, 그리고 교회 세습이 별로 없는 그런 훌륭한 교단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어디 자신있게 한번 추천을 좀 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종교 귀족들은 서로 상부상조하며 그저 교회의 단물만 빨고 있을 뿐입니다.
목사교는 로마교의 불법 복제품
물론 필자도 교회들이 모두 완벽해야 한다거나, 또는 좋은 교회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부분적으로 보면 좋은 교회도 분명히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교단들을 총체적으로 볼 때 그 부패 구조가 너무 견고하게 고착되어서 회복이 거의 불능인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마치 개인적으로 제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해적선에 그냥 타고 있으면 결국은 해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배는 이미 밑창에 구멍이 나서 기울어져 있고 대세를 돌리기에는 턱도 없이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영적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니까요. 더구나 최소한의 구급용 장비마저 모두 잃어버리고 이젠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최근 세간에 유명한 일부 표절 목사나 성추행 목사나 횡령 목사마저 제대로 치리하지 못 하고, 도리어 노골적으로 감싸고 도는 교단들을 보십시요. 이들이 이단과 무엇이 그리 다를까요. 교주가 없는 이단이란 없습니다. 이단의 특징 중 하나가 반드시 간교한 교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단들은 결코 회개하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교인들 위에 목사가 교주처럼 군림하고 있는 교단들은 이단적 사교 집단이며 바른 개혁이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중세 교회는 교황이 사도직을 이은 직분으로 일반 신도들보다 높은 직급의 제사장이라고 기만했습니다. 성경에도 없는 게급적 직책들을 층층이 만들어 교황과 추기경과 주교와 사제들을 하나님과 신도들 사이에 '대리인'으로 높힌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대적하는 반기독교적인 오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사도는 물론이고 설사 하늘에서 온 천사라도 감히 인간을 중보하는 대리인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또 다시 상당수의 어줍지 않은 목사들은 스스로 교사의 직분임을 망각하고 도리어 제사장 행세를 하며 중세적 종교 사기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점은 과거 로마교의 교황주의자들이 평신도들로부터 교권을 빼앗아 성직자 왕국을 세운 것처럼 작금의 목사교도 똑같은 수법으로 교인들로부터 교권을 찬탈하여 목사 왕국을 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이런 현상은 대형 교회로 갈수록 더 극심해서 장로나 집사 등 다른 직분은 그저 목회 독재를 보좌하는 거수기 역활을 하기에 급급할 뿐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단언하건데 신약 교회에 별도로 '제사장'이나 '성직자'가 되는 계급적 직분이란 결단코 없습니다. 성도 모두가 이미 왕같은 제사장인 성직자의 신분으로 평등한 형제와 자매이기 때문입니다.
'급진 개혁'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도 다행히 일부 성도들은 막장 교회를 간신히 탈출하여 다른 건강한 교회를 찾기도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그것도 찾고 찾다가 지쳐 결국은 '가나안 성도'가 되기도 합니다. 양들이 목자를 잃고 유리하고, 교인들이 소돔성처럼 교회를 탈출해야 하는 비장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사실상 과거처럼 온건한 '점진 개혁'만으로는 실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절박한 상황입니다. 결국 개혁 성도들에게 남은 추가적인 대안은 루터나 칼뱅처럼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급진 개혁' 뿐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굳이 부패한 유대교를 개혁하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옳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운 공동체가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는 앞으로 성도들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다만 어떤 경우든 그 공동체는 과거처럼 직업종교인들이 또 다시 영구직 담임목사나 당회장이 되어 사역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인들이 지체가 되어 스스로 교권을 균형있게 분담하고 동역하는 '소박한 신앙 공동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목사교가 망해야 한다는 말은 목사직이 필요없다는 그런 뜻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목사의 위치를 '가르치는 장로' 본연의 자리로 회복하여 교회 직분의 동역 구조를 바로 세우고, 교회 사역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500년 전 루터와 칼뱅의 종교개혁이 성직자 중심의 수직적 개혁이었다면, 이제는 평신도 중심의 수평적 개혁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거룩한 시도야말로 비로소 이 땅에 진정한 '예수 혁명'을 밝히는 작은 불꽃이 될 것입니다. 샬롬!
"사도들의 교회에서는 설교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어떤 특정한 계급의 사람들에게 한정되지 않았다. 개종한 모든 성도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고, 모든 은사가 있는 성도가 회중에서 기도하고 가르치고 권면할 수 있었다. 신약성경은 어떠한 영적 계급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신약성경은 비록 많은 이가 소명의식이 매우 부족했지만 모든 신자를 성도라 불렀다. 또한 신약성경은 하나님과 일반 성도 사이를 매개하는 특별한 신분의 제사장을 알지 못한다." - 필립 샤프(Phillip Schaff, History of Christian Church Vol 2, p.118)
신성남 / 집사·<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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