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장기 불황 시작됐다....

moonbeam 2015. 11. 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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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연합뉴스

불황

한국 장기불황 시작됐다… ‘우울한 20년’을 알리는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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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20여년 동안 혹독한 장기불황을 겪었다. ▲“일본은 이제 장기불황을 빠져나왔지만, 한국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저가 상품, 가계 대출 급증, 저출산-고령화, 구조조정, 수출급감, 저성장…. 일본을 할퀴고 지나간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한국에도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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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2500원 자장면… 손님 빽빽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중국 음식점 만리성. 이 음식점은 서울 도심에 있음에도 자장면 한 그릇에 2500원을 받고 있다. 지하철 1호선 동묘역 2번 출구로 나와 신설동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이 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1월 9일 낮 12시 30분, 15개의 탁자가 놓인 이 가게는 손님들로 빽빽했다. 손님의 절반은 젊은층이었다.

주인에게 “이렇게 받고 팔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19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60대 초반의 김인수 사장은 “많이 팔면 된다”고 했다. 김 사장은 “6~7년 전 가격을 딱 한번 500원 올렸다”며 “다들 어려우니 더 받기도 그렇다”고 했다.

② 빌려 입는 여성 의류 렌탈 업체 등장

‘원투웨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여성용 의류 렌탈 업체다. 이 업체는 한달에 9만9000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제한으로 옷을 빌려 준다. 이 업체 관계자는 9일 팩트올에 “사업을 시작한 건 9월로 얼마되지 않았지만, 출근복이 많지 않은 직장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요즘에는 대학가의 학생들은 취업 면접을 볼 때 정장을 구입하는 대신 빌려 입는 경우가 많다”며 “불황에 대비하는 현명한 자세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구제용품 등이 거래되는 서울 동묘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photo=연합뉴스

③ 대학가엔 한잔 1500원 주스 전문점

중국식당 만리성과 의류 렌탈 ‘원투웨어’는 시장경제의 불황을 대변하는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생과일주스 전문점 '쥬씨’에서는 생과일주스 한 잔(약 500mL)에 1500원을 받는다. 일반 점포의 1/4 수준. 크고 작은 옷가게 100여 곳이 모여 있는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엔 커피 한 잔 값보다도 싼 5000원짜리 옷들이 즐비하다.

④ 고급 스테이크 7000원대 판매 식당도

외식업계의 스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운영하는 '빽다방'은 1500원짜리 커피로 손님을 끌고 있다. 1만원을 훌쩍 넘었던 수제 버거는 3000~4000원대로 내려앉았고, 고급 식당에서나 맛볼 법한 스테이크를 7000원대에 판매하는 식당도 등장했다.

⑤골프 그린피 3만~4만원대로 낮춰 폭탄 세일

수도권 골프장의 주중 18홀 그린피는 18만~20만원이지만, 제주도 골프장에선 3만~4만원대로 낮춰 폭탄 세일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조선일보는 9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재와 서비스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파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가격 파괴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저물가'와 맞물리면서 일본형 '장기 불황'으로 가는 전조(前兆)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30년 전인 1985년부터 20여 년 동안 혹독한 장기불황을 겪었다. 1985년 9월 당시, 선진 5개국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전격적으로 발표된 플라자 합의에 따라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그 영향으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계속 올랐지만 1990년대 초반엔 거품이 붕괴하면서 불황을 맞았다.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까지 겹치면서 장기불황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한국경제가 장기 불황 조짐을 보인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이 30여년의 차이를 두고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것. “일본의 1990년대를 닮아가기 시작한다”는 우려 속에서 “이미 장기불황의 터널로 진입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의 상황과 관련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구성이 강한 물건들은 아예 구입을 안 하기 때문에 가격 파괴가 없고, 음식료 등 그래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파괴 현상이 나타난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그는 “당장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 같지만 가격 파괴가 소비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오히려 경기가 계속 가라앉으면서 투자·고용이 위축되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397만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8만2천명)보다 10만7천명 줄었다. photo=연합뉴스

⑥ 자영업자들 대출 급증세

장기 불황 국면은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113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다. 이로 인해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고스란히 가계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에 대한 은행 대출이 급증세를 보였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최근 5개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자영업자 대출 실태에 나섰다. 그 결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 들어 9월까지 23조3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2013년(17조1000억원)과 지난해(18조8000억원)의 연간 증가폭을 이미 뛰어넘은 규모다.

9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총 232조6000억 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 잔액(554조6000억 원)의 4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⑦ 저출산-고령화 소비 부진에 영향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도 소비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출산율은 1.21%로 OECD(경제협력기구) 국가 중 가장 낮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는 2014년 12%, 2018년에는 14%를 넘어설 전망이다. 2026년에는 20%를 상회,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생산성 인구의 감소는 지속성장의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8월 4일 서울경제신문에 “일본은 이미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로 올라선 후에 고령사회를 맞았지만 우리는 국민소득이 불과 3만달러에 턱걸이하는 순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⑧ 올들어 신용등급 강등된 대기업 45개사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대기업 신용등급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8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용등급이 강등된 대기업은 45개사로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61개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이 중엔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 등 삼성그룹 계열사도 3곳이나 있다. 앞서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 신용평가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51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내렸고, 한국기업평가는 1∼9월에 42개(부도 2개사 포함) 기업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연합뉴스는 8일 “작년까지는 장기간 업황 부진을 겪어온 조선·해운·건설 업종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지만 올해는 모든 업종에서 전방위적으로 등급 하락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⑨ 경영학자들의 경고 “3년 이내 우리 경제에 큰 위기”

경영학자들도 기업 부실을 우려했다. 매일경제신문은 한국경영학회와 11월 2~6일 국내 경영학 교수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9일 이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우리나라 경영학자 70% 이상이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향후 3년 이내에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좀비기업(한계기업)'의 부실이 개별기업을 넘어서 대그룹과 금융권까지 전이돼 고용·투자·소비 등 한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⑩ 국내 1-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현대상 합병설

이런 가운데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2위인 현대상선의 합병설도 흘러나왔다. 한진해운은 지난 10분기 동안 누적적자가 3200억원, 현대상선은 같은 기간 6700억원을 기록했다. 중앙일보는 9일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또는 매각 방안을 구조조정 차관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며 “정부 주도 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⑪ 대우조선해양 등 사옥 매물로 내놓는 기업 속출

사옥을 매물로 내놓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조선 부실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다. 서울 다동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본사 사옥이 매물로 나온 건 10월 초.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철강업계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동국제강은 4월, 서울 을지로에 있는 빌딩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했었다. 매일경제신문은 “서울 상일동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사옥 등도 매물로 나와 있다”고 9일 보도했다.

⑫ 삼성전자 구조조정 찬바람에 임금피크제까지

리딩기업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에서도 한국 경제의 위기를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구조조정’이 아닌 ‘통상적 경영 활동의 일부’라고 하지만 “임원 3명 중 한 사람은 짐을 싼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이 계열사 별로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인력조정에 나서면서 다른 기업들도 뒤를 잇고 있는 상황. 여기에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가계로 흘러가는 돈은 더 쪼그라들게 됐다.

⑬ 10월 수출액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그동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 부진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10월 수출액은 434억7000만 달러로,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4년간 이어져 오던 연간 교역 1조 달러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⑭ 2% 저성장 늪속으로…

저성장도 걱정거리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3%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실물경기에 밝은 민간연구소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각각 2.6%, 2.7%로 전망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2.8%를 예상치로 발표했었다.

국책연구기관의 전망도 비슷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23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KDI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는 5월 발표 후 발생한 메르스가 반영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2분기 성장률이 워낙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5월 당시, 올해 경제 성장률을 3.0%, 내년 3.1%로 분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