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그리고 멋(펌)

“부모 간섭 참고 딴짓할 기회 주니 ‘악동뮤지션’ 탄생”

moonbeam 2015. 12. 16. 09:33

ㆍ사교육걱정없는세상 기획 강좌…이성근·주세희씨 부부의 ‘우리 아이 양육법’
ㆍ“몽골서 홈스쿨링은 사실상 실패 시행착오의 연속…갈등만 깊어

ㆍ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더니 아이들 스스로 재능 발견했죠”

‘길을 찾다 길이 된 사람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해 15일까지 진행하는 ‘부모 특강’의 주제다. 지난 8일 저녁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출신인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YG엔터테인먼트)의 부모가 시민들과 만났다.

강연자인 이성근(45)·주세희(43)씨 부부는 악동뮤지션의 찬혁군과 수현양을 몽골에서 홈스쿨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난해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마리북스)를 펴낸 후 강연 요청이 잇따른다. 자연스레 홈스쿨링에 대한 문의가 많다. 강연에 앞서 경향신문과 만난 이씨는 홈스쿨링 예찬론자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악동뮤지션의 아버지 이성근씨(뒷줄 왼쪽)와 어머니 주세희씨(오른쪽)의 바람은 한결같다. “공부 잘하는 아이, 영특한 아이가 아닌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마리북스 제공

 



“사실 홈스쿨링에 실패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 지적처럼 홈스쿨링이 아니라 ‘언스쿨링’에 가까웠지요. 하고픈 걸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을 뿐입니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다보니 아이들 스스로 재능을 발견한 것이죠.”

악동뮤지션 남매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몽골로 간 2008년부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홈스쿨링을 하게 된 건 부모가 특별한 교육 철학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학교에 보낼 경제적 여력이 안됐기 때문이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찬혁군의 사춘기까지 겹치면서 가족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씨는 아이에게 다그치기만 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그러곤 용서를 구했다. “소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씨는 아이들의 ‘딴짓’에 주목하라고 했다.

“시간표를 정해놓고 딴짓하지 못하게 했어요. 그러다가 공부에 진척이 없자 ‘너희들 맘대로 하라’고 했지요. 아이들이 그동안 아빠 엄마 몰래 했던 일들을 시간표에 넣었는데 며칠 못 가더라고요. 종일 하다가 지친 거죠. 이것저것 새로운 딴짓을 하더니 찬혁이가 곡을 만들고 예쁜 목소리를 가진, 꿈이 가수인 수현이가 노래를 부르더군요. 정말 듣기 좋았어요.”

어찌 보면 찬혁군의 음악적 재능은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았다. 교회를 다니면서 찬양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이씨는 19살 즈음 머릿속에서 새로운 멜로디가 솟아났다고 한다. 1년에 30곡을 창작할 정도였다. 음악과 함께 글쓰기와 그림을 좋아했던 그는 먹고살기 위해선 직장이 있어야 한다는 부모의 뜻을 따라 출판업계에서 일했다. 이씨는 “사회생활 땐 곡이 그려지지 않았다. 역시 ‘때’란 게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가 아들에게 끝까지 가보라고 응원하는 이유다.

이들 가족이 몽골에 가지 않고 한국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씨는 대학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봤지만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 ‘우리가 잘못하고 있나’란 생각도 많이 했지만 수능은 경쟁사회 진입에 앞선 테스트이자 줄세우기이며 수능 성적이 절대 행복지수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능 성적만으로 자신의 삶의 등급까지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씨는 강연 때마다 “아이에게 딴짓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고 강조한다. 부모의 잣대로 아이들의 행복 기준을 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악동뮤지션은 아직 어리다. 그래서 이씨는 ‘간섭’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 그게 숙제라고 했다. 다만, “아이들이 재능을 보일 때 부모 욕심을 채우려고 간섭하는 순간에 아이들 창의성이 멈춘다”는 점은 명심한다. “내일이 아닌 오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