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추락한 한국 외교, 닫혀버린 기회의 창 ---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moonbeam 2016. 1. 19. 08:54

NORTH KOREA NUCLEAR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정세가 김정은 위원장이 의도한 대로 착착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략적 패배라는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지난 열흘간의 상황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한반도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 핵 실험 때문에 일본에서 만난 한▪미▪일 차관급 회담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행동을 규탄하자는 이야길 하는 등, 한반도 문제를 중국 견제라는 글로벌 패권 전략에 흡수시켜버렸습니다. 결국 북한 핵 문제 자체에 대한 관심은 없고 중국 견제의 교두보인 삼각 군사동맹을 강화할 명분으로 이용할 뿐입니다. 북핵 문제를 한미 양국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합의했던 것은 작년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도루묵입니다.

2. 중국은 북한 제재를 요구하는 한국을 콕 찍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15일자 환구시보 사설에서 한국을 향해 "미국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중국에 북한을 제재하라고 말하지 말라"며 한국의 대북 제재 요구를 일축하였습니다. 당연하지요. 북핵 문제를 중국 견제 기회로 활용하려는 한▪미▪일에 무엇하러 중국이 협조할 것이며, 중국에 떼를 쓰는 한국을 왜 봐주겠습니까? 작년 9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에까지 쫓아가 "역사상 최상의 한중관계"라고 말했던 정상외교 역시 헛소리나 다름없습니다.

3. 가장 북한 제재에 적극적인 일본은 아예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을 지도하려 합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가장 먼저 통화를 했습니다. 미국의 지도력은 일본에 상당부분 위임된 상황이며, 한국은 그 밑으로 들어가야 할 처지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28일에 이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무릎을 꿇은 처지에서 이제는 일본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행세를 하는 걸 감수해야 할 처지입니다.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일본에 무릎을 꿇은 한국 정부가 자초한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북한하고 대화할 사람도 아니고, 우리는 확성기 방송에다가 북한을 아프게 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남북관계도 최악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교안보 잘한다고 지지율이 높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무대책인 외교안보의 실패자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국이 비빌 언덕이 없군요. 김정은이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고립되고 있습니다. 이걸 노리고 핵 실험한 북한이 뭐가 답답하겠습니까? 박 대통령이 이런 문제로 고민하느라고 밤잠을 설치는 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 전체가 위신이 추락되고 외교의 입지가 좁아져 그 피해가 오래 간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무시당하기 때문에 심각한 것입니다.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