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받침

moonbeam 2016. 5. 26. 11:33

받 침


뜨거운 냄비를 올려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예쁜 찻잔이 올라온다고 으스대지도 않아요.

 

불에 달궈진 쇠처럼 시뻘건 천둥벌거숭이들이 오면

살에 생채기를 내며 열을 식혀 내보내기도 하구요,

잘 익은 술처럼 진한 향을 품은 놈이 오면

향기를 바람에 실어 날리며 가슴 벅차하기도 합니다.

 

올려지는 것이 무엇이든 나를 드러내지 않고

온몸과 마음으로 올곧게 받치기만 할 뿐입니다.

받침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이니까요.  


선생은 어떤 면에서 받침 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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