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 침
뜨거운 냄비를 올려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예쁜 찻잔이 올라온다고 으스대지도 않아요.
불에 달궈진 쇠처럼 시뻘건 천둥벌거숭이들이 오면
살에 생채기를 내며 열을 식혀 내보내기도 하구요,
잘 익은 술처럼 진한 향을 품은 놈이 오면
향기를 바람에 실어 날리며 가슴 벅차하기도 합니다.
올려지는 것이 무엇이든 나를 드러내지 않고
온몸과 마음으로 올곧게 받치기만 할 뿐입니다.
받침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이니까요.
선생은 어떤 면에서 받침 같은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