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가을에는

moonbeam 2016. 10. 19. 11:36

가을에는


이미 벗어버린 나무의 신록을

생각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말자.

 

한 손엔 풍요를 들고

다른 손엔 황량과 쓸쓸함을 들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어 가보자.


살아오며 가졌던 많은 욕심과

기대감에 벅찼던 그리움도

견디기 힘든 모멸과 절망과

왜곡된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비겁함도

차곡차곡 배낭에 쓸어 넣고


혼자라도 여럿이듯

넓은 마음으로 훌훌 떠나자.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그저 떠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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