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늦게, 청년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 받을 수 있느냐며 한참동안이나 사는 이야기를 하신다.
뭐 특별한 사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
아들 며느리, 손주들에 대한 이야기...
고등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며 늦게 신대원을 가시고 결혼도 늦으셔서
동년배 남들보다 훨씬 어린 늦둥이 외아들을 두셨는데
요즘 손주들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넋두리를 늘어놓으신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참 특이한 분이셨는데...
젊었을 때도 돈하고는 상관이 없이 지냈고 세상 물정도 잘 모르시는 분...
목회도 일반 교회보다는 소외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사랑방 같은 교회에 힘쓰시고
노회나 총회 활동은 끔찍하게 싫어했던 분...
그러던 분이 소소한 일상에서 기분 좋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니 참 재미있다.
나이 먹고 나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복이리라.
그동안 전화도 못 드려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종종 전화하시라고 했더니
무척 좋아하신다.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 다 비슷하겠지만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그것들을 풀어 놓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잠깐이나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