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교회

moonbeam 2016. 12. 22. 22:36


어려서 북아현교회에서 자랐다.

하나하나 늘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훌륭한 목회자와 지도자들을 만났고

좋은 선후배들을 많이 만났다.

노회 중고등부 연합회, 노회 청년연합회를 거쳐 전국연합회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종교개혁, New Protestant 운동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아마 내 삶의 기초와 방향의 대부분이 이 북아현동산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불광동 쪽으로 이사하면서 아는 장로님께서 이끄셔서 기자촌교회로 갔다.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든 게 어설펐지만 가족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가자마자 지휘를 맡았던 이가 사임을 하고 내가 그 뒤를 잇게 되었다.

북아현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다 쏟아 부었다.

성가대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전공자도 여럿 나오게 되었다.

기자촌의 음악의 기초는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자부심이 아직도 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장로님이 작은 교회 성가대를 맡아 달라고

부탁 비슷한 명령을 하셔서 그에 따라 망원교회로 나가게 되었다.

대원도 열 명 남짓...힘들었지만 대원들과 한몸이 되어 노력한 결과

대원들도 삼십여 명으로 불어나고 전공자도 나오고 음악적인 수준도 높아졌다.

 

최근 3년 동안 여러 교회를 돌아보았다.

교단을 초월하여 많이 알려진 대형교회는 물론 그동안 알고 지내던 분들의 교회를 순례하면서 인간적인 소원함도 메꾸고 자유스러움도 맛보았다.

선망의 대상이 된 곳도 있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이없는 곳도 있었다.

이제 모든 걸 정리할 때라 생각한다. 교회도 정리할 때다.

교회를 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렵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ㅎㅎㅎ

내 삶의 방향과도 맞아야 하며 믿음의 길과도 일치해야 한다.

구름처럼 모이는 성도를 자랑하는 멋진 건물은 싫다.

이웃을 외면하고 교회 안에서만 은혜와 사랑이 풍성한 곳도 싫다.

주변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니까 눈치를 보며 침묵하고 있다가

뭔가 00관이 들어온다니까 설교 시간에 광고하며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까지 하자는 그런 교회도 싫다.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강조하며

그런 걸 하지 않으면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그런 곳도 싫다.

인간적인 정이 있고 교인들을 구속하지 않으며

약간 느슨하게 풀어주는 그런 곳이 좋겠다.

 

그런데 과연 그런 교회가 있을까...

이성적이고 상식적이며 합리적인 Story가 성립 되면서

생활을 송두리째 바쳐도 아깝지 않을...

러면서도 나를 구속하지 않는 여유가 있는 곳...

 

어렵다...

내가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나를 버리면 어디나 좋은 교회일 텐데...

먼저 나를 내려놓고 나를 비워야 한다...결론을 내릴 수가 없구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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