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 박원순 고소인 기자회견을 본 소감
1.
조국 일가의 각종 수사와 기소 관련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는 생략한다. 대부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책으로 남겼다. 한 권으로 부족해서 추가로 썼고 곧 나온다. (우선 책 광고부터 한번 했다. 미안하다)
조국 일가의 재판 과정과 조범동 1심 판결을 통해 당시 언론과 대중들의 광기가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누구도 그때의 광기에 동참했던 이들 중에 사과 혹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오류의 인정을 하는 이가 있었나?
없다. 대신 그냥 뒷짐지고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그런 의혹이 생기도록 한 조국이 잘못”이라는 마지막 궁시렁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2.
윤미향과 정의연 관련해서 얼마나 언론과 온라인에서 뜨거웠는지 기억난다. 오래된 일 같지만 아직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검찰이 정의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 5월 20일 하필 수요집회가 열리던 날 전격적으로 진행했는데 이 또한 의도적이었다고 판단한다. 수요집회의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의도 말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윤미향만 피고발인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이후 안성쉼터를 포함해 온갖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가 되고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윤미향은 조국 이후 최대의 파렴치한으로 등극했다.
3.
그 압수수색을 하고 약 1개월이 지난 6월 22일 당정청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미향이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 여성가족부 지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정청의 발표이니 언론과 윤미향을 비난하던 이들은 셀프조사라고 비아냥 거렸다.
그로부터 또 2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정의연과 윤미향 관련해서 여전히 나오는 것은 없다.
4
검찰 수사중이니까 언론이 수사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일까?
그럴리 없다. 기자들이 어떤 족속들인데..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있다면 내부빨대 통해 듣고 이미 도배를 할 텐데 나오는 것이 없으니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온갖 비리의 소굴이라면서 정의연과 윤미향을 비토한 언론과 반대편 진영의 사람들은 지금 먼 산 바라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결과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조국 때와 마찬가지로 모른 척 할 것이다.
5.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그 고소인에 대해 나는 섣불리 판단하고 싶지 않다. 현재까지는 중립이라는 뜻이다.
다만 언론(과 정의당)에서는 처음에 ‘피해자’라고 했다가 그게 법리적으로 틀린 말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피해호소인’이라는 이상한 말을 쓰기 시작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은 법률사전에도 없고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한 마디로 '고소인'이라는 단어로는 전하려는 메시지의 임팩트가 약하니까 ‘피해호소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쓴 것이다.
당연히 박원순 시장을 파렴치한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용어까지 만들어서 쓴 것이다. 이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민주당과 청와대에서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쿠데타나 살인보다 성 관련 사건이 더 민감하고 그래서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또한 정상적인 상황 같지는 않다.
6.
그 고소인의 기자회견이 오늘 있었다.
원래 미투란 서지현 검사, 김지은씨 처럼 실명을 밝히고 하는 것이지만 사안의 특수성으로 인해 익명으로 그리고 변호인이 대신 기자회견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또한 고소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단 고소인을 보호하기 위해 고인을 추모해서 안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째든 고소인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오늘 기자회견을 했고 박원순 시장은 4년 동안 고소인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했으며 이는 언론에서 기정사실화 했다. 이미 여론재판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사실이라면 박 시장이 잘못한 것이고 지금 법적으로 단죄할 수 없으니 그의 명예가 완벽하게 실추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
그런데 난 오늘 기자회견을 보고 도리어 이상했다.
기자회견을 하는데 증거를 하나도 내 놓지 않은 것이다. 변호인단이 증거라고 제출한 것은 그들이 직접 포렌식한 휴대폰의 일부 내용물이 전부이다. 휴대폰을 통째로 제출한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포렌식해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경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을 강제 초대해서 성추행했다는 증거로 제출한 텔레그램 이미지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 부언하자면 고소인이나 변호인이 이미지를 조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성추행의 증거로 텔레그램 이미지를 선별적으로 포렌식해서 내는 것은 증거능력으로 대단히 미약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시장님이 텔레그램으로 나를 초대해서 비밀대화방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얼마든지 대화명도 변경할 수 있는 것이 텔레그램의 기능이다.
8.
당사자도 없으니 증인도 없는 것이고, 증거물이라고 보기에 너무 미약한 것을 내 놓고 고인의 발인이 있는 날 기자회견을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나로서는 정치적인 목적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증거 공개를 일주일 미루는 티징 기법까지 선보이는 것은 최대한 여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고 가려는 의도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 사건에 대해 해명도 할 수 없고 오늘 발인까지 했으므로 부관참시 하겠다는 의도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의도가 사실이라면 성공했다.
모르겠다. 다음 주에 새로운 증거로 직접적인 문자 메시지나 확실한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더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그 사이에 이미 여론재판이 끝날 것 같다.
9.
이 과정에서 언론의 행태를 살펴보자.
SBS는 피해자가 ‘고소인 말고도 여러 명 있다’고 피해자가 직접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짜뉴스다. 고소인은 한 명이고 다른 피해자는 없다고 변호인이 밝혔다.
중앙일보는 박원순이 피소인이 된 것을 청와대에서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역시 가짜뉴스다. 청와대에서는 피소사실을 통보한 적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런 것이 바로 언론의 광기이고 대중들의 광기를 유발하는 가짜뉴스이다.
10.
끝으로 고소인의 변호사는 김재련인데 그녀는 화해치유재단의 이사였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가 아베와 졸속으로 합의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만든 재단이다. 김재련의 남편은 모 언론사의 간부였는데 그렇다면 오늘의 기자회견이나 박 시장 사망 당일 수색을 하면서 온갖 이상한 기사들이 미리 보도가 되었던 이유가 이해가 된다.
대신 오늘 함께 나온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는 신뢰할 수 있는 단체이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나 역시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고소인이 정말 성추행 피해자로 고통받고 있었다면 고인의 명예에 대해 더이상 왈가왈부할 내용은 없다. 그저 모르는 피해자를 위로하고 가해자에 대해 실망할 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상기 언급한 내용들처럼 개운치 않은 정황들이 너무 많다. 증거를 공개할 거면 빨리 공개하고 아니면 조용히 경찰 혹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맞는데 언론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 시국에서 가장 분노를 유발하는 것은 쓰레기 언론들이다.
나는 이 건은 좀 더 상황을 지켜 보면서 관련한 의견을 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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