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김재련 변호사가 시리즈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
1.
법치주의 국가에서 죽음보다 더 큰 형벌은 무엇일까? 죽음 이상의 형벌이 있을까?
성폭력 특별법 제 10조에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의거하여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2.
고소인의 주장이 100%라도 사실이라도 2년 형이 최대인데 박 시장은 가장 무거운 형벌인 죽음을 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고 나 또한 추측하는 바가 있지만 그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고소인에 대한 상처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나는 조문이나 추모조차 ‘2차 가해’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분들의 신념은 존중하고 있으니 그 문제로 와서 시비를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3.
내가 궁금한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가장 큰 형벌에 해당하는 죽음으로 사실상 종결된 사건인데 어제 기자회견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재련 변호사가 왜 시리즈 기자회견을 하는지에 대한 추측을 해 본다.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고통을 준 피고소인이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이 아닌 형법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피고소인의 죽음으로도 극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피해는 가족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배상을 받는 방법 정도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고소인이 고인의 발인이 있는 날 (비록 자신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을 열자고 해서 논란을 만들고 그래서 민사소송으로 가서 배상을 받으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4.
정말 이상한 사람은 변호인이다. 화해치유재단 이사, 언론사 간부인 남편의 지난 행적 등은 논외로 치더라도 김재련 변호사의 어제 기자회견 모습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성범죄 피해자를 변호하고, 보호하는 것의 핵심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신속하게 끝내주는 것이다. 진실공방이 길어지면 피해자는 고통스럽다.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는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이 더 고통스럽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변호인의 역할은 피해자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불필요한 공방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증거가 있다면 한방에 터뜨리는 것이다.
5.
그런데 김재련 변호사는 발인식 날 기자회견을 소집해서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킨 뒤에 전혀 증거능력이 없는 것을 살짝만 보여주고 일주일 후에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그리고 2차 가해에 대한 고소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시리즈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재련 변호사의 이런 태도는 이미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보다 고소인에 대한 관심을 더 집중시키는 행태이다. 아무리 봐도 2차 가해는 변호인이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6.
내 생각으로는 추가적으로 보여줄 증거는 다소나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강력한 증거인지 법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제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1차적으로는 최대한 이 상황을 물고 뜯고 즐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고소인이 상처를 받게 될 것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만약 어제 기자회견에 대한 당정청 혹은 민주당 진영의 스피커가 어떤 언급을 하면 그것에 대한 반론하는 수준으로 조금씩 증거를 공개하겠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우리 말이 맞지? 너희가 틀렸네… 하하”
7.
오늘 몇몇 기사를 보면서 내 심증은 좀 더 굳어졌다.
‘성범죄 엄벌’을 주장했던 추미애, ‘미투 촉발’ 서지현, 성폭력 고발 앞장섰던 공지영 등은 박원순 의혹에 왜 침묵하냐는 기사들이 많았다. 주로 조중동 및 경제신문들의 논조가 그렇다. 마치 이 논쟁에 참전하라는 도발이자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언급된 누군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옹호를 하면 그때 가서 좀 더 자극적인 증거를 내 놓으려고 하는 것일까?
8.
김재련 변호사의 언급에서 이상한 것은 더 있다. 바로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고소’를 예고하면서 고소인의 신상에 대한 언급까지 했다.
어제 김재련 변호사는 고소인이 언제까지 비서실에 근무했고, 언제 부서이동 했으며, 심지어 아직도 공무원 신분이라는 것까지 밝혔다. 내용은 박원순 시장의 성희롱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면서 고소인에 대한 신상을 추적할 빌미를 슬쩍 흘린 것이다.
마치 고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 죽음에 열 받아 고소인을 추적하라고 함정을 파는 것 같았다. 그러면 2차 가해에 대한 고소를 해 주겠다는 것으로 나는 읽혔다.
9.
나는 고소인의 신상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는데 어제 김재련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인에 대해 신상에 대해 일부나마 알게 된 것이다.
이거 심각한 문제 아닌가? 성 범죄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신상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이게 전형적인 2차 가해 혹은 2차 가해를 유도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그것도 고소인의 변호사가 말이다.
10.
자, 나도 예방주사 차원에서 추측하나 해 보겠다.
다음 주 기자회견이 오기 전에 정부여당의 지지자인 척 하면서 고소인의 신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글이 어딘가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면 이후에는 박 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증거보다 정부여당 지지자들의 2차 가해에 대한 문제로 프레임이 옮겨갈 것이다.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고소인의 관심을 가지는 나쁜 행위이자 저쪽에서 파 놓은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취지이고 이런 프레임이 작동될 수 있다는 것도 미리 예방주사 놓는 취지의 글이다.
내 추측이 나도 틀렸으면 좋겠다. 내 추측이 맞다면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더 심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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