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포스트 코로나19로 떠오른 예배당 공유

moonbeam 2020. 8. 12. 10:13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함께 예배당을 공유하며 예배를 드리는 교회의 예배시간표. 현재 한개 교회가 함께 하며 8개 교회가 예배드리는 중이다.

 
작은교회가 예배당을 공유하며 사용 중인 수서교회 구 예배당의 모습.

광주동노회 사랑나눔교회 이승준 목사는 개척을 준비하면서 수평이동을 지양하고 불신자 전도, 그 중에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픈 영혼들을 위해 목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조현병이나 우울증 환자, 신경쇠약으로 사회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전도했고 그들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 아내와 헌신하며 섬길 수 있었다.

사실 목회자가 특별한 소명을 품고 교회를 개척한다고 해도 처음의 사명을 지켜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척교회 목사가 예배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대출을 해야 하고, 매달 이자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고 예배당에 사람들이 채워지고 함께 할 동역자들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최근에는 작은 교회의 사역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작은 교회는 교회 관리비와 임대료, 생활비 등을 대부분 교인들의 헌금으로 충당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로 전환되면서 교인들의 헌금이 현저하게 감소해 임대료는 커녕 교회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목사가 개척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예배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예배당 마련을 위해 빚을 내지 않았고 임대료 부담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 주일 오후 2시 양지문교회(정만영 목사)에서 예배당과 평일 교육관을 공유해 준 덕분에 건강하게 성장했고 4년 만에 독립할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코로나 장기화로 사역의 변화는 없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작은 교회의 임대료 부담을 더는 방법으로 예배당을 공유하는 제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봄노회에서 서울북노회(노회장:한봉희)가 처음 '예배처소공유제(공유예배당제도)' 신설을 위한 안건을 총회에 헌의하기로 결의했다. 예배처소공유제는 코로나19 사태 후 온라인 예배 등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예배를 드리는 상황에서 여러 교회가 예배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건물을 나눠 쓰자는 제도다. 이미 건물이 있는 교회와 사용 시간을 조정하거나 작은 교회가 연합해 한 건물을 임대해 예배당을 공유할 수도 있다.

서울강남노회 수서교회(황명환 목사 시무)는 지난 2015년 새 성전을 건축하면서 구 성전을 작은 교회와 나누고 있다. 교단에 상관없이 개척교회나 자립대상교회를 대상으로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다. 임대료에 대한 큰부담 없이 최대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교회는 작은 교회가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나 자립을 위한 시드머니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3개 교회가 각자의 예배 시간에 맞춰 예배당을 공유 중이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수서교회 예배당을 공유했던 서울강남노회 함께하는교회 엄정광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제일 막막한 부분이 예배장소를 구하는 것이다"면서 "원하는 지역에서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어서 부담없이 사역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교회가 예배당을 나눠쓰다보니 시간 선택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 부분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엄 목사는 "무엇보다 주중에 찾아가는 목회사역을 시도하면서 황명환 목사님께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면서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선배 목사님의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가 새로운 사역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큰 용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예배당 공유는 작은 교회가 임대료 부담을 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예배당 공유를 경험한 목회자들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모든 어려움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외로움에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고백이다. 사랑나눔교회 이승준 목사도 "기존교회의 섬김과 헌신을 성도들과 함께 보고 배웠기 때문에 자립 이후에도 힘이 됐다"면서 "작은 교회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언제든지 필요한 교회와 예배당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 '공유' '공생'을 컨셉으로 예배당을 나누는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 건물에 7개의 서로 다른 교회가 예배당을 공유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당은 교단 상관없이 월 10만원의 사용료만 내면 된다. 3개월의 계약기간은 있지만 언제는 연장도 가능하다. 어시스트미션(사무총장:김인홍)이 운영하는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은 김포명성교회 김학범 목사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포명성교회가 건물을 팔고 지금의 스테이션 건물을 구입해 공간을 마련했다. 사무총장 김인홍 장로는 "세상은 이미 '공유' 경제에 들어섰고, 공유 숙박 공유 사무실도 익숙하다"면서 "그동안 교회는 건물에 너무 큰 중심을 두면서 목사님들이 사역에 집중할 수 없었다. 교회 본질에 충실하며 다양한 사역을 진행할 수 있는 예배당 공유 확장에 우리가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김 장로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작고 힘없는 교회가 임대료 부담을 덜게 됐다"면서 "주중에는 일하면서 2명의 성도와 7년 동안 목회한 목사님도 계시다. 그분들이 스타트업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예배당을 공유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단 의심을 받기도 하고 예배 시간에 대한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한국교회의 정서와 법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북노회 서기 김학수 목사는 "예배당 공유는 미국교회에서는 이미 익숙한 모습"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국교회는 신학적 이해가 아직 없고 교회 주소지의 동일주소지의 법적 문제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총회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줄 것을 함께 청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예배당 공유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면서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교인들은 계속 줄고 작은 교회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예배당 공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