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로 산책길 백마역 근처에 제법 나무가 우거진 숲이 있다.
거기에 누군가가 갖다 놓은 의자 하나.
걷다가 가끔 앉아 쉬면 기분이 참 좋다.
그 시간만큼은 심산유곡 깊은 곳에 앉아 있는 느낌.ㅎㅎㅎ
길은 그냥 지나가는 통로이다.
요즘처럼 빠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길이란 빠르게 통과해야만 하는 무의미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 길 가운데 의자가 하나가 있으면 다른 세상이 만들어진다.
멈춰서 바라보고 앉아 느낄 수 있는 극강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머물러 공간을 누릴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도시의 길거리에도 의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람과 도시와 길이 함께 살아날 것이다.
그저 아무런 느낌 없이 스치는 길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공간이 눈앞에 드러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잠시 멈춰 사람을 느끼고 주변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의자같은 사람...
그저 무표정하게 스쳐 지나가는, 존재자체를 느끼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편히 앉아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느끼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