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나무

moonbeam 2022. 4. 28. 13:47

연한 잎이 나오면
꽃은 때를 알고 사라진다.
잎은 꽃의 화려함을 부러워하지 않고
꽃도 잎의 찬란한 생명력을 탐내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때를 알고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다.
뿌리는 뿌리대로 드러나지 않음을 불평하지 않고
울퉁불퉁 단단한 껍질도 못생김을 탓하지 않는다.
뿌리는 꽃이 되려 하지 않고
꽃은 뿌리를 업신여기지 않는다.
껍질도 잎을 시기하지 않고
잎도 껍질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한 그루 나무로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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