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십자가

moonbeam 2023. 10. 16. 15:36

70년대 교회 부흥의 물결이 한창 몰아칠 때에 우리 친구들 몇몇은 걱정했고 두려웠다.
성장위주의 교회들...더 큰 건물, 더 강한 말씀, 더 많은 성도들...더 더 더...
전부 한 줄로 늘어서서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며 앞으로 앞으로만 달렸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다가는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예수는 사라지고, 성경도 사라지고 오직 공허한 천국의 환상만 키워가는 교회들...
다시 new protestant, new ecumenical 운동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생각했지만 확산시켜 실천하지는 못했다. 큰 물결에 거스를 힘도 없었다.
잘못했다. 지금에서야 어쩔 수 없었다고 위안을 하지만 잘못한 건 사실이다.
코로나 이후...2023년 현실은?
교회 수는 늘어나는데 교인 수는 줄어 들고...
일반 사회에서 교회를 보는 눈도 부정적이다.
그런데 교회는 여전하다.
변화도 없고 개혁도 없고 그저 평안하면 그뿐이다. 더 이상 바라지도 않는다.
참 불쌍하고 ‘여전한’교회가 되어버렸다. 슬프다...
나만 자알 먹고 자알 살면 완벽하다는 천박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교회 밖은 보이지도 않고, 보려 하지도 않고, 볼 수도 없다.
대형 교회는 스스로 만족해서 아무런 고민도 없고
손익분기점에 다다라 그럭저럭 먹고살만한 동네 교회는 편안하고 은혜롭게? 운영만 자알 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 없고.ㅎㅎㅎ
교회의 눈과 손, 발은 항상 밖으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삶이 밖으로 벋어나가 실제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에서 그것을 막고 문단속만 하고 있다.
밖으로 눈을 돌릴 여지를 주지 않는다. 매일 일상을 피곤하게 살고는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성경읽기, 가정예배, 중보기도 등을 보고하고 온라인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말 힘든 숙제다.
오늘 하루 나의 삶에서 어떻게 사랑을 전하고 어떻게 주위 사람들과 화목하고 한 알의 씨앗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숙제를 잘하기만 하면 당신은 훌륭한 교인이고 천국의 길이 보장된다는 것만 은연중에 주입한다.
목사와 장로,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의 믿음과 성령과 은혜만 외치며 자기들만의 천국을 만들 게 아니라
예수가 했던 것처럼 약하고 병든 자, 고통받는 자들을 돌아보고 예수의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설파하길 바란다.
참으로 어렵고 힘들겠지만 삶 자체가 예배로 드려지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삶과 동떨어진, 의식만 있는 예배를 버릇처럼 드려오면서 우리 삶은 예수의 삶과도 점점 멀어졌다.
공예배 속에서 현실의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천국의 영광만 강조하다 보니 삶과 예배가 분리되는 게 아닐까.
삶이 곧 예배로 드려지는 그날이 언제나 올까.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고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우리 모두 완전하지 않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낑낑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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