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김장

moonbeam 2023. 11. 27. 12:58

하루 고생으로 한해를 준비하는 김장.
요즘은 그래도 매우 편해졌다.
그러나 편해진 세월만큼 몸은 낡았으니 더 힘들게 느껴진다.
하는 중간중간마다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오고
내년부턴 한꺼번에 하지 말고 조금씩 몇 포기씩 하든지
아니면 사다 먹든지 설왕설래하다가
‘해놓으면 자기가 제일 많이 잘 먹으면서 뭘 그래, 깊은 맛 나는 김치찌개는 어떻게 하고...’하는 말에 깨갱 입 다물고...
속으로는 그거 다 방법이 있을 터인데 하지만 입 밖으론 꺼내지도 못하고...
옛날엔 처가에 가서 김장을 했다.
장인어른이 딸들과 아들을 준다는 뚜렷한 목적으로 힘들게 키운 배추를 소화해내야만 한다는 의무감도 작용했지만
딸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시끌벅적하게 하루 이틀을 지내는 것도 큰 재미였다.
하루 전에 가서 밭에서 배추 따다가 다듬고 씻고 절이고...
밤에 나와서 배추 뒤집고...그때는 왜 그리도 추웠는지...
한 데서 찬물에 시린 손을 부여잡고 장작불에 손을 녹이며 힘들게 했는데...
막내이고 제일 젊어서 힘들고 궂은일은 항상 우리 부부 차지.
장모님 돌아가시고 장인어른도 농사에 시들하고, 우리 부부도 힘이 너무 들어서
서운해하는 언니들의 눈치를 애써 외면하고 각자 하기로 했지...
그 뒤로 나는 좀 편해졌다ㅎㅎㅎ여전히 고생은 마누라님 몫.
배추 들여와 절여서 욕조에 쌓고 밤중에 자다가 뒤집어 놓으면 내 일은 일단 끝이었으니...
다음날 이웃 아낙들이 와서 왁자지껄 수다 떨며 야단법석 순식간에 끝내버린다.
절임배추를 쓰고 난 후에는 더 수월해졌지...
언제부턴가 애들도 손을 보태 가족끼리 했고...
올해는 우리 둘이 했는데 힘들구나...
매년 절임배추 5박스 하던 것을 3박스로 줄였는데...
계속 쪼그려 앉아 일해야 하니 양은 줄었지만, 몸은 더 낡아져서 허리와 다리가 말이 아니다...
내년엔 2박스만 하자고 하면 바가지로 맞을까? 사실 2박스나 3박스나 별 차이 없잖아. 그러면 아예 하지 말자고 하면? 에효 모르겠다. 내년 일은 그때 닥쳐서 생각하자.
어쨌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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