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합 창

moonbeam 2024. 3. 12. 13:31

지휘를 대학생 때부터 했으니 내 교직 경력보다도 더 길다.
그저 음악을 내 수준?에서 만들고 헛춤을 추다보니 정작 내 소리는 내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 함께 어울려 노래를 한다는 건 머리에 떠올리지도 않았다.
나 자체가 지휘 속에 마냥 묻혀 있었으니...
교회에서 은퇴를 하고 학교에서도 정년을 하고 내 소리를 내고 싶었다.
생각만 하고 있다가 (난 갖가지 생각은 늘 한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탈이지)
작년에 일산에 있는 어느 합창단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고 거절한다...
우쒸...노래하는데 나이가 왜? 나이 많으면 노래도 못하냐? 소리 한 번 들어봐라 이눔들아.
니덜 경로우대는 커녕 노인 차별하냐? 에이...실망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산책하다가 우연히 합창단원 모집 현수막을 봤다.
전화를 하니 연습일, 시간도 맞네...짜인 일정에 또 하나를 추가했다.
이거 큰일났네...쉬는 날이 없네그랴...
바쁘고 힘들어서 몇 년 짓던 농사도 포기했는데 또 하나를 추가하다니...
그래도 기분이 좋다. 소리를 지를 수 있어서...
아직 일 년도 되지 않았지만 멋진 친구도 사귀고...
사실 나이 들어서 그것도 짧은 시간 동안에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합창도 하고 맘에 드는 동무도 만나고...
일석이조 일타쌍피다...ㅎㅎㅎ
합창은 함께 가는 작업이다.
소리의 어울림이고 마음의 어울림이다.
내 소리를 고집하지 않고 옆사람의 소리에 맞추어 가는 과정이다.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을 함께 느끼며 어깨 토닥거리며 보듬어 안고 가는 행동이다.
옛날에는 교회음악이라는 특정한 좁은 범주 안에서 했지만
지금은 훨씬 다양하고 넓은 장르의 합창을 한다.
어쨌든 나는 합창을 사랑하고 즐긴다. 왜? 재밌으니까...
아...마침 오늘 화요일은 연습날이네~~~
입맞추는 재미에 벌써 기분이 좋구나...ㅎㅎㅎ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삼촌  (0) 2024.03.25
세 차  (0) 2024.03.25
성가대 지휘  (0) 2024.03.08
내가 복음  (0) 2024.03.07
버러지 蠢動  (0)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