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걷기에 대한 생각

moonbeam 2008. 9. 17. 14:51

운동과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이것 저것 다른 생각없이 걷기만 하면 된다.
매일 매일, 정한 방법과 기준에 따라 열심히 땀을 흘리면 된다.

그런데 걷기 여행이라면 그렇게 하나의 순수한, 또는 맹목적인(?)목적만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을 하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걷기 여행에 있어서 가장 큰 敵은 자동차다.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라면 어디든 환영이지만
그런 길로만 다닌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자동차의 속도, 굉음, 먼지, 매연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걷기의 즐거움을 몽땅 빼앗아 간다.
대규모 집단의 경우에는 여러 보호 장치가 있을 수 있고,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이 기획 단계에서 부터 이루어 지지만
혼자나 혹은 삼삼오오 걷는 경우에는
심하면 목숨까지 담보로 내놓아야 할 상황은 항상 존재한다.
얼마나 가슴 졸이고 불안한 일인가.
차와 함께 하는 걷기 여행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

또 하나는 걷기 여행의 목적이다.
며칠 만에 어디에서 어디까지 몇 Km를 정한다면
오로지 그 목표만을 위해 걸으면 그 뿐이다.
마치 군인이 그 임무를 수행하듯
일정 시간 내에 계획한 거리를 주파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계획했던 대로 완주하거나 기록이 그보다 더 좋았다면
그 성취감 또한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흘린 땀에 비례하여 느껴지는 만족감도 클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걸으면서 각 지방의 사람, 음식, 풍물이나 명승, 역사적인 곳 등 등을
둘러 보고, 듣고, 느끼고자 한다면 기록과는 당연히 멀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여러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시간이 너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좋은 곳이 많고
그럴 시간은 없고....
그렇다고 차로 휙 지나가며 보고, 느끼긴 싫고....
사실 내 두 다리만으로 우리 땅 구석구석을 돌아보고픈 마음은
굴뚝 같지만 너무 시간이 없다.
도대체 언제나 다 돌아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날이 언제가 될지라도 난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점점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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