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안개 정국

moonbeam 2007. 1. 20. 17:09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어 한강변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강 쪽은 아예 보이질 않고 인적없는 길을 가로등만 지키고 있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짙은 안개속을 걷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마음도 가라앉고 기분도 아주 좋다. 
조명이 분위기에 한 몫을 한다는 것이 실감난다.
오늘 아침 고건 전총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가장 유력한 여권의 통합 후보가 돌연 사퇴를 했다. 무슨 일일까....
오늘 날씨처럼 정국에도 안개가 잔뜩 끼었다.
하긴 우리나라 정치에 안개가 걷힌 맑은 날이 언제 있었던가...
이제 정치판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당 쪽에서는 새로운 대항마를 구하기에 정신이 없을 것이고...
이러다가는 야당 한 곳에서 세 명의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는 ,
우스운 일도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여당에서 누가 나오든 상대적으로 약세임이 분명하니 저마다 승산이 있다고 믿을 것이니까...
으이그...정치 문제는 잘 모르고 관심갖기도 싫다. 이젠 정말 싫다....

단지 고건 전총리의 불출마 선언이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고건이라는 개인으로서 무척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고전총리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나도 개인적으로 무척 호감을 갖고 있었다.
다른 정치꾼처럼 시끄럽지도 않으면서도 추진력도 있고 
신뢰감이 가서 대선 도전에 성공한다면 
나름대로 안정된 정치를 베풀어 나가리라 믿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판이 너무 지저분한 판이라 
걱정이 되는 일면도 있었다.
누구이건 간에 그판에만 들어가면 
진흙탕에 빠진 개꼬락서니가 되고 말 뿐이다.
그 좋은 이미지의 고전총리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변하는 것은 순간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 용단을 환영하는 편이다.
대통령이 되건 안되건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 에서 개인적으로 혼자 독야청청하기는 힘들다.
좀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국가 원로로 그냥 이대로 존경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고전총리 뿐 아니라 또 다시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그 어떤 인물이라도
자기 몸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면 그 판에 들어가는 것을 만류하고 싶다.
자기 소신은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만 있을 뿐이고
정권 잡기와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며
애초에 국민들은 염두에 둔 적도 없는 
야욕만 가진 넘들이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정치판이다.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 것은 정권을 잡기 위한 헛소리일 뿐이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 계급주의를 부르짖는 것도 싫고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자기들 목소리만 드높이는 것도 이젠 싫다.
포퓰리즘에 편승한 인기주의 발언도 싫고
폭탄 선언을 하는 재미로 사는 것같은 자기 영웅주의도 이젠 정말 싫다.
시민의 편리나 일상 생활을 도외시하고 파업하는 노조나,
국가 경제는 나몰라라하고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만 목청을 높이는 
노조 활동도 더 이상은 싫다.
지금의 국제 관계는 자국 이익이 최우선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되면 수출업계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국제 경쟁력의 약화는 
여러가지 국내적 후폭풍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여론을 조장하고, 민심을 이반시키고,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대충 알아서 서로 치고 받고, 밀실에서 야합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젠 지겹다.....정말 싫다. 
정치꾼들을 전부 몰아내고 다시 판을 짜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은 없다. 
지금까지 정치인 명부에 이름이 오른 넘들은 전부 제외하고
새로운 사람들로만 채운다면 환골탈태한 희망의 나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 국민을 위해 serve 할 수 있는 Noblesse oblige정신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우리나라엔 진정 없는 것일까.....
무엇이 그를 물러나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안타깝고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안도감을 느낀다는 자체가 슬프다.
우리 정치 현실이 너무 개판이기 때문이다.
고전총리가 국가의 원로로서, 국가를 위해 또 우리 국민들을 위해
조용하면서도 깊고도 넓게 새로운 사회활동을 할 것을 기대함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2007.01.17)
베에토벤/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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