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나의 뒷모습

moonbeam 2008. 11. 15. 08:52

좀 오래된 옛날....TV에 출연했을 때 뒤에서 잡은 카메라에 내 뒷모습이 나왔다.

TV를 보고 난 후 만나는 사람마다 던지는 한마디...
뒷모습에 많이 놀랐다는 것이다.

나의 뒷모습에 관심을 두지 않을 뿐더러 매일 나를 대할 때 앞 면(얼굴)만 보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놀란 건 사실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머리숱 없이 반짝이기만 하는 뒤를 보니

정말 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이렇게도 낯설게 느껴진다면...
도대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 나의 바로 뒷모습도 모르면서 도대체 무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를 안다든가, 혹은 무엇을 안다는 것이 많은 철학자들의 화두이지만
철학의 '철'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는 그렇게 깊은 학문적 접근은 생각할 수도 없다.

옛날에 내 방의 형광등이 나가서 의자를 놓고 올라가 고친 적이 있다.
캄캄한 방에 환한 불이 켜지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내 방의 모습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구석 구석마다 어디엔 무엇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수선해도
내가 보기엔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방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놀란 마음에 의자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냥 멍하니 서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바로 늘상 보아오던 방이 의자 하나 높이만큼 올라갔는데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가 사물이나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항상 내가 보아 오던 것만으로, 항상 내가 느끼고 생각해 오던 방향으로만
모든 것을 규정짓고 있지나 않을까?
이 사람은 이래 또, 그 사람은 그럴 수 밖에 없을 거야...
나의 잣대로 마음대로 규정짓고 제멋대로 그 인물을 평가해 버린다.
몇 십 센티만 올라가 보아도 세상이 달라지는데...
그 조금의 높이를 오르지 못하고 그냥 평면에서만 보는 것 같다.

내 관점, 내 주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에서...
전혀 구속받지 않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느끼고 파악하는 눈이 필요하다.
공식적이고 도식적인 규격에 맞추어진 시각이 아니라
보다 자유스럽고 열려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한 치만 올라서면 다른 세상이 눈 앞에 나타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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