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어머님의 걱정

moonbeam 2009. 3. 4. 22:23

      2003년 조선일보에 소개된 사진

우리 어머니는 친구들과 아파트를 장만하셔서 함께 생활을 하신다.

70년 대부터 계를 같이 하시다가 곗돈을 쓰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공동 명의로 아파트를 사셨다.

그리고 그 아파트는 장애인 복지기관에 헌납하여 오래 전에 공증까지 마친 상태다.

2003년에 그 일이 알려지면서 여러 신문에 소개되고 TV, 라디오에도 출연하시고...

좌우지간 노인네들끼리 아옹다옹하시면서 재밌게 사시고들 있는데...

요즘 우리 어머님께 걱정이 하나 생겼다.

얼마 전 집에 오셔서는 '아이고 우야꼬....' 하신다.

왜 그러시냐고 묻자 한숨을 내쉬시며 말씀하신다.

여섯 분 중 두사람만 살아 남고 다 돌아가시면 그 시점에 헌납되도록 공증을 하신 것 때문이란다.

몇 년 전에 한 분이 돌아가셔서 다섯 분이 생활을 하셨는데

지난 겨울 갑자기 두 분이 일주일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각각 아들에 집에 다니러 가셨다가...

이제 남은 분은 세 분....

그러니 한 분만 돌아가시면 각자 아들네 집으로 돌아가셔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집이야 괘찮지만 우리는 집도 좁은데 내가 오면 우째 살꼬' 하시면서 큰 걱정을 하신다.

나야 뭐 '당연히 오셔야죠...오시면 되죠 뭐...' 대답했지만, 사실 좁기는 좀 좁다...

어머니 짐이 들어와야 하니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쓸 데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어머님이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 오시도록 모두 다 내다 버려야 할 것 같다.

필요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들 모두 내다 버려야지...

갑자기 한해에 한 번도 건드려 보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이 눈에 뜨인다.

괜히 언젠가는 꼭 것만 같기도 하고.... 버리기는 아깝고...

버리는데 익숙치 못한 성격 때문에 그대로 지니고 있던 것이 자꾸 눈에 뜨인다. 

 

눈에 보이는 것이 이러하니 보이지 않고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것들은 오죽이나 많을까...

이렇게 말하면 불효가 되고, 무책임한 가장이 되겠지만 나도 이제 어느 정도 살만큼 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슬슬 떠날 때를 준비해야지...몸무게 줄이듯 삶의 무게도 조금씩 줄여야지...

'내가 한 살, 한 살 더 먹는 것이 우리 집안에선 오래 사는 나이 기록 갱신이야' 하던 어느 친구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이젠 비우자...떠나기에 알맞은 분량으로 부피도 줄이고 무게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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