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헌책방 대오서점

moonbeam 2010. 5. 22. 15:30

 인왕산에서 내려 와 사직공원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배화여학교 뒤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옥인동, 누상동 주택가로 나온다.

옥인동, 누상동, 누하동, 통의동,효자동 등 아주 오래된 옛날 마을인데

지금은 다세대, 연립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찬 동네다.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 하나가 옥인동에 살아서 가끔 놀러온 기억엔

한옥들이 많은 동네였는 데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옛모습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좁은 길 사이사이로 비껴가는 차들, 사람들의 빠른 걸음걸이...

그저 마음만 바쁘고 정신만 어지럽다.

재래 시장인 통인시장 아래쪽 길로 들어서면 대오서점이 나온다.

작은 미닫이문, 영화에나 나올듯한 간판과 옛날식 글씨체...

점포문에 칠한 색깔은 오히려 촌스럽기까지 하다.

요즘처럼 빨리 흘러가는 인터넷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툭 불거져 나온듯한

혼자만 덩그러니 섬처럼 서있는, 시간을 붙잡아 세워둔 집이다.

길 앞쪽 상점 모습만 바뀌었을 뿐, 집도 옛날 기와집그대로다.

 안으로 들어서자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찬 책들이 앞을 막는다.

작은 안마당이고 어디고 할 것 없이 온 집안이 책 뿐이다.  

위로 가면서 천장까지 시렁? 선반을 놓아 책을 올려둔 것이 옛날 우리들 집 모양이어서 정겹다. 

 지금은 전혀 읽히지도 않을 옛날 책에서부터

한물 간 내용이지만 컴퓨터, 인터넷에 관한 책도 눈에 띈다.

 

얼마 전 TV에서도 소개되었던 집이라 그런지

주인 아주머니는 낯선 내방객을 심상하게 맞는다.

책하고만 살아서 그런가...곱게 늙으셨다.

 

시침과 분침을 잡아 둔 집....

이런 곳에서 우리는 과거에 젖고,

이 호흡 곤란인 바쁜 세상에서 한 번쯤 쉬어가는 짬을 얻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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