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천에는 곳곳에 토굴이 있다.
그곳에서 각종 젓갈을 숙성시킨다.
제대로 푹 삭아서 나온 젓갈은 맛이 깊고 그윽하다.
젓갈만 숙성시킬 것이 아니라 사람도 숙성시켜야 한다.
익지않은 사람의 말은 가볍게 둥둥 떠다닌다.
얕은 지식과 가벼운 언행이 짧은 동안에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순 있겠지만
오래 묵은 젓갈이나 장처럼 가슴속 깊이 파고들지는 못한다.
정말 속 깊은 곳에서 푹 삭아 우러나오는 한마디의 말...
긴 시간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수많은 현란한 낱말들을 늘어놓지 않아도,
크고 우렁차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마음에 조용히 들어와 오랫동안 깊이 깊이 곱씹게 해주는 말들이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은은한 인간적 향내가 풍기는 사람이 있다.
시쳇말로 가만히 있어도 그 무게와 익음이 느껴지는 내공이 깊은 그런 고수를 만나고 싶다...
실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가 순간의 분위기는 만들 수 있겠지만
오래 두고 묵혀 먹는 장의 깊은 울림을 주지는 못한다.
아아...정말 요즘은 모든 게 너무 가볍게 흘러가고 스쳐 지나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