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구제역, 한파로 설쇠기 힘든 서민들...

moonbeam 2011. 1. 29. 13:18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청량리 시장. 시장 안은 설을 앞두고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한 과일 가게 앞에는 김정자(71)씨가 남편과 함께 쪼그려 앉아있었다.

김씨는 낱개로 진열된 배를 들었다 놨다 수차례나 반복했다.
김씨는 "비싸서 겁이 나 사지도 못하겠다"면서 "옛날에는 짝으로 먹었는데 이젠 낱개 사는 것도 힘에 부친다니까요"라고 했다.

또 "동태포 한마리에도 만원, 야채 미나리와 쪽파도 한단에 4,5천원 하더라고요.

조금씩 줄여가면서 사야지 안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거에요. 어쩔 수 없이 그냥 사고는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1시간 여를 돌았는데도 별로 못 사고 돌아간다는 이수화(60)씨와 김학수(71)씨 부부는

양 손에 비닐봉지를 들기는 했지만 무게는 가벼워 보였다.

이씨는 "고기를 사기는 했지만 뭐 워낙 비싸서 손도 못대겠더라"라면서 "대파 한 단에도 4천원 하는 데가 있어서 참 황당했다.

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올 겨울 구제역과 한파로 고기,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설을 앞두고도 서민들은 음식을 장만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추산한 설 제수용품 준비 비용은 4인 가족 기준으로 19만 5천원, 지난해 보다 21%나 오른 액수다.
결국 지출 하는 대신에 아예 구입량을 줄여 제삿상 자체를 '간소화'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울며 겨자먹기' 식이다.

제삿상에 올릴 고기를 사러 나왔다가 깜짝 놀랬다는 백미자(57)씨는 "지난해에 비해 값이 많이 올랐다"라며 "좀 덜 샀다.

원래는 갈비랑 등심까지 한 10근 사려고 했는데 5근밖에 못사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장의 급한 불만 끄는 정도로 음식을 장만하고 모자란 음식은 설 지나고 마련하겠단 이도 있었다.
과일은 10만원 이내, 도합 30만원 정도로 장을 본 최용경(56)씨는 "대목 지나면 조금 싸지지 않겠냐"며

"일단은 설 때 조금씩만 먹고 대목 지나서도 계속 설 음식을 먹고 싶으면 나중에 사서 해 먹겠다"고 했다.

상인들은 울분을 토했다. 8년째 고기장사를 하고 있는 정영훈(42)씨는 "이젠 장사를 접어야 하나 싶다"면서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40% 가량 줄었다. 구제역 때문에 수입산이 많이 팔리면서 두 배 정도로 가격이 올라 이젠 팔 물건이 없다"고 했다.

30년째 과일 장사를 하는 정만희(53)씨는 "날씨까지 추워 시장에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마트나 백화점 같은 따뜻한 데로만 가고, 우리는 넋만 놓고 앉아 있다"고 힘겨움을 토로했다.

전례 없는 한파에 구제역 강풍은 한창 들떠야 할 설 연휴까지도 서민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었다.
ppolory11@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