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개울물이 조르륵 흐른다.
누가 불장난을 했나? 옆에는 불에 탄 흔적이 보이고...
불이 있어도 얼음은 얼고
얼음이 얼어도 불은 타오른다.
얼음이 얼어도 물은 계속 흐르고..
안개가 자욱하다.
늘 보이던 북한산도 보이지 않고...
창릉천 길을 따라 걷다가 자꾸만 멈춘다.
무얼 잃어버린 것만 같아 주춤대며 나아간다.
주머니를 뒤져 생각 한 움큼을 끄집어냈다가
도로 땅에 흘려 버린다.
마음은 바쁘고 걸음은 느리고...
생각하면 할수록 안갯속이다.
부옇게 모든 게 불확실한 앞길들...
걷히는듯 하더니 또 안개가 산에서 밀려 내려온다.
이런 된장...또 쓸데없는 생각..
나라며 사회며 이웃이며 이런 것들이 다 무엔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 뿐 아닌가...
이러다가 영원한 방관자 곧 비겁자로 남을 것 같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적은 건 분명한데
어떻게 갈무리 하며 살아야 하나...
오늘밤 오시는 아기예수님도 참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 같구나...
물론 사랑으로 오셔서 이 땅에 평화가 넘치겠지만,
오늘도 나는 비겁하게도
사랑을 넘어 선 그리스도의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기를 꿈만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