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동피랑마을의 오만한 고양이

moonbeam 2015. 1. 31. 15:02

동피랑마을.
아주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어깨를 비스듬히 틀어야만 서로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
어릴 적 북아현동에서 이대앞으로 넘어가는 뒷산의 모습이다..
80여 호라니 그 규모는 훨씬 작다. 골목길도 더 좁고......
그곳을 우리 동무들은 소리 지르며 엄청나게 신나서 돌아 다녔는데...
골목 귀퉁이에서 옛날 친구들이 곧 튀어 나올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가난한 마을들이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그 골목길 안에서 일상적인 삶이 영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마을도 재개발에 또는 환경정화사업에 직면해서
사라져 버릴 위기에 놓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민운동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협력해서 이만큼 명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그 주역인 윤미숙씨란 분을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참 마음이 씁쓸하다..
대개의 공무원들이 그렇듯 잘 된 공은 지들이 가져 가고
정작 고생한 실무 민간인들은 내쳐 버리고,
일도 제대로 하려 들지도 않고 예산과 법규 타령이나 하고..... 

다양한 그림들이 있지만 한 번 그려 놓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고
2년 마다 공모를 해서 새롭게 변화를 주니 항상 살아 있는 마을이다..
부부가 벽에 기대어 웃기도 하고
네 식구가 마을 꼭대기 동포정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정작 이날의 압권은 고양이었다.
좁은 길 바로 밑, 손이 닿는 아랫집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
물론 햇빛을 받은 양철지붕이 따뜻하기도 하겠지만 미동도 없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한마디 하고, 소리를 지르고, 툭 건드려 보기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달관과 초월의 자세가 아닐까...
조무래기 인간들을 비웃으며 초연한 자세로 오로지 자기 삶만을 즐기는
그 오만함이 오히려 부럽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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