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기다림

moonbeam 2015. 3. 6. 18:20

 

학교 뒷산에 올라가 개나리를 꺾었다.

거의 없었지만 한둘 지나가는 사람이 볼 때마다

괜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뜨끔거린다.

누가 무어라고 말한다면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부드럽게 말할 답까지 준비하고...ㅎㅎ

다행히 지나가는 두어 사람이 묻지도 않았다..

소심하긴...개나리 좀 꺾는 걸 가지고 누가 무어라고 한단 말인가.

 

학교로 내려와 담장 안 산기슭 한귀퉁이에 하나하나 심었다.

생각만큼 흙이 그리 부드럽지 않다. 약간 파면 자갈이 튀어 나오고...

만만하게 보고 변변한 연장도 없이 포크 하나로 하는데 금세 구부러진다..ㅎㅎ

가져올 때는 이 정도 쯤이야 했는데

막상 심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힘도 들고 시간도 자꾸만 간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허둥지둥 대충 심기는 심었다.

제대로 심는지도 모르고...


이제 기다린다...

얼마 후, 아니면 내년이라도 노오란 꽃이 하나만이라도 피기를.

아니...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지도 모를 일이지...


잘 살아갈 놈을 괜히 꺾어와 죽이는 것이나 아닌지 집에 온 후에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월요일에 가서 다른 데 흙을 퍼다가 덮어 주고 발로 꼭꼭 밟아줘야겠다.

그 사이에 아주 돌아가시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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